등록 : 2013.10.14 20:10수정 : 2013.10.14 22:41

답변하는 쌍용차 사장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마이크 잡은 이)이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과천/뉴스1

“고법 허용 판결에 정부는 묵묵부답”
“월 320시간 노동, 노동청은 침묵만”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에 낯선 이들이 출현했다. 동남아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었다. 그동안 간혹 외국인 최고경영자가 국감장에 나온 적은 있으나 54만명의 이주노동자를 대표하는 이들이 국감장에서 증언하기는 처음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들이 국감 증언대에 참고인으로 선 까닭은 이주노동자의 비참한 노동현실을 고발함과 동시에,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의 결사체인 이주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데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여성 이주노동자 딴(34)은 자신을 참고인으로 신청한 장하나 의원이 “한달에 평균 몇시간을 일했느냐”고 묻자 “320시간”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는 한국 노동자 월평균 노동시간인 180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딴은 이어 “(신고했지만) 노동청에선 아무 말이 없었다. 그들은 매주 60시간만 일했다고 인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6월에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그는 전남도의 한 농장에서 일하다 지금은 경기 안산의 이주민센터에서 머물고 있다. 농장주가 자신을 ‘사업장 이탈’이라며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한 탓이다. 장 의원은 “현재 농·축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1만60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은 사실상 노비 상태나 다름없다. 적어도 인권보호 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농·축산업은 외국인 고용허가 업종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증언대에 선 우다야(41·네팔)는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이주노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일하는 그는 6년째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이주노조 설립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2007년 서울고법이 이주노동자 노조의 설립신고 필증을 내주라고 판결을 했지만 고용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부가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분들이 폭행이나 폭언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조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노조는 2005년 5월 고용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조합원 가입 자격 등을 문제삼으며 신고필증을 내주지 않자 소송을 냈고, 2007년 2월 서울고법에서 승소했으나 대법원은 6년8개월이 넘도록 선고를 하지 않고 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 및 노동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노조의 경우 불법체류자가 18만명에 이르는 현실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