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非동포 이주노동자도 합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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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협.이주공동행동, 국가인권위 진정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외국인노동자 지원단체들이 장기간 국내에서 체류한 미등록(불법)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합법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올해부터 고용허가 기간 만료로 외국인노동자가 해마다 수 만명씩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주장이어서 향후 기간 만료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처우 논란이 예상된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이하 외노협)와 이주공동행동은 21일 유엔이 정한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시적 합법화 정책에서 비(非)동포 이주자를 배제한 것에 항의했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10년 이상 국내에 불법체류한 중국동포 가운데 국내에서 자녀를 출산하거나 우리 국민과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등 국내 체류가 불가피한 이들에 한해 선별적으로 시간제 취업이 가능한 일반연수(D-4) 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외노협과 이주공동행동은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인종 및 국적에 의해 비동포 미등록 체류자를 차별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동포의 '고충해소 방안'으로 나온 것이라면 비동포 미등록 이주자들이 겪는 고충과 차별도 재외동포와 다르지 않다"며 "인종, 피부색, 민족이나 종족의 기원에 근거를 둔 어떤 구별, 배척, 제한 또는 우선권에 대한 차별적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중국동포의 한시적 합법화 조치는 재외동포법이 보장한 자유왕래를 숨기려는 기만적 조치"라며 중국동포에게도 자유왕래ㆍ취업ㆍ거주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외국인노동자 300여명의 동의를 받아 차별 조치를 시정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은 이어 다음달 초 간담회를 갖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이 이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요구한 것은 올해부터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노동자들의 체류기간이 본격적으로 만료된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2004년 8월 시행된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노동자는 19만여명 정도. 이 가운데 기간 만료로 출국하게 될 외국인노동자의 수는 올해 2만7천여명, 내년 6만여명 등으로 향후 수만명씩 국내를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노동자가 기간 만료 후 순순히 출국하게 될 것인가이다.

정부는 외국인노동자의 귀국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은 기간 만료된 외국인노동자의 다수가 국내에 머물러 불법체류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는 이에 따라 이들을 불법체류했다는 이유로 단속할 것이 아니라 '숙련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노협 이영 사무처장은 "올해부터 고용허가 기간 만료자가 쏟아지고 정부의 단속이 시작될 텐데, 이주 진영에서 이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며 "장기간 국내 체류한 외국인노동자도 일정 부분 숙련 인력으로, 뚜렷한 대책 없이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합법화해줄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