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첫소설집 `코끼리'

[경향신문 2005-12-14 19:00]    



이주노동자 문제를 소설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김재영의 첫 소설집 ‘코끼리’가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됐다.


표제작은 현대문학을 전공한 교수 350명이 뽑은 ‘2005년 올해의 문제 소설’(푸른사상)과 작가들이 뽑은 ‘2005 올해의 좋은 소설’(도서출판 작가)에 나란히 오른 작품으로 이 땅의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절망의 시간을 견딘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안타까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주인공 ‘나’는 네팔인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도 못해 문서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13세 소년이다. 돼지축사를 개조한 쪽방 5개 중 하나에서 십수년 노동으로 몸을 버린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가난이 지긋지긋하다며 딴 남자를 만나 도망갔다. 미얀마, 방글라데시, 러시아에서 모인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이웃들로부터는 누구 손가락이 잘렸다거나 고향에 송금할 돈을 도둑맞았다,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는 등의 이야기만 들려올 뿐이다.


책은 이밖에 전통춤을 공연하는 줄 알고 왔다가 퇴폐업소로 몰린 러시아 여자 이야기를 그린 ‘아홉개의 푸른 쏘냐’, 유부남을 사랑했다가 버림받은 여자와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남자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디는 모습을 그린 ‘물밑에 숨은 새’ 등 사회 밑바닥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10편의 소설이 실렸다.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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