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인간사냥’
[일다 2006-02-28 04:39]

27일 새벽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6층 보호실에서 터키 이주노동자 코스쿤(27)씨가 추락하여 중상을 입고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곧 사망했다. 코스쿤씨는 26일(일요일) 저녁 6시경 길거리 단속을 통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강제 연행됐다. 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으며 미등록이주노동자 신분으로 조사 후 강제추방을 앞둔 상태였다.

사망 경위는 조사 중이지만 탈출시도나 자살로 추측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도 같은 건물 4층에서 40대 중국인 여성이 조사 도중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보호관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코스쿤씨가 좁은 아크릴 채광창을 뚫고 양변기 뚜껑을 이용해 바깥쪽 유리를 깬 후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락 경위가 자살이건 탈출시도건 분명한 것은, 쿠스쿤씨가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좁은” 채광창을 뚫고 18m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할 만큼의 절박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도 없이 남용되는 ‘보호조치’

강제단속과 보호소 수감의 문제점은 이주노동자들과 인권단체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작년 6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도 없이 강제단속과 연행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낸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또한 권고안에서 “2004년 한 해 동안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단속하여 보호 조치한 외국인 6,185명(거리 단속 5,765명, 업소 단속 420명)은 모두 긴급보호 조치(100%)된 것”이라는 점을 들며, “단속과정에서 예외규정인 긴급보호 조항을 사실상 절대적 기준으로 남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히 “단속과정에서 수갑을 사용한 사례도 4,230회(68.4%)에 달하며 보호명령서를 사전에 발급하여 보호 조치한 경우는 1건도 없다”며 긴급보호조치의 남용과정에서 임의적이고 과도한 공권력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정조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설동훈 교수(전북대학교 사회학과) 등 9명이 전국 16개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대상으로 벌인 미등록이주노동자 인권실태에 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보호수감 중인 노동자들은 단속 및 강제연행 과정에서 구타(20.8%), 폭언이나 욕설(39.6%), 상해(15.0%) 등의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노동자의 81.3%가 조서를 보지 못했고, 내용을


모르는 문서에 서명을 요구 받은 경우도 35.8%에 이르렀다.

68.1%는 수갑을 착용한 경험이 있었고, 포승(10명), 가죽재갈(3명), 족쇄(3명)를 착용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규정에 따라 탈의실 안에서 혼자 몸 검사를 받았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체 35.5%에 지나지 않았으며 알몸 검사를 받은 경우가 34.1%에 달했다. 몸 검사를 받는 동안 출입국관리공무원으로부터 성적 모욕을 받았다고 대답한 경우도 5.2%로 나타났다.

단속반의 인권침해 악랄한 수준

또 작년 4월에는 인천출입국사무소 단속반이 합법체류자를 잡아들여 사업주에게 이탈신고를 종용하는 사건이 발생해 “실적에 눈 먼 무차별 단속”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파키스탄 출신의 산업연수생으로 당시 한국에 입국한지 8개월 된 이주노동자 암저드 후센은 사촌 집을 가는 도중 파키스탄음식재료를 사러 가게에 들렀다 출입국 직원에게 단속을 당했다. 출입국직원의 신분증 제시요구에 외국인 등록증을 주었으나 ‘회사가 있는 수원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어 보호소에 감금됐다.

후센은 파키스탄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정식으로 회사의 동의를 받아 휴가 중이었지만 사촌의 입원으로 본국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후센 측은 “출입국 직원이 회사에 연락해 ‘(휴가)간다고 했는데 안 갔으니까 이탈 하려고 한 거 아니냐’며 ‘지금 우리가 잡아 놨으니까 빨리 이탈신고서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단속반은 한국인으로 귀화한 파키스탄인 가게주인에게도 반말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어깨를 잡아 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등 물리력을 행사해 인권단체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주노동자들과 인권단체들은 “인간사냥 식으로 펼쳐지는 강제단속추방”에 대해 “체류자격의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합법' 이주노동자와 다수의 '불법'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동시에 활용하려는 정부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거주와 정착을 허용하지 않고 필요한 기간 동안만 일하게 하고 돌려보내는 정책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양산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인권보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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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