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시간 길다, 밥값 내라”에 반발…집단파업한 베트남노동자들 구속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ㆍ인권단체 “무리한 수사”

외국인 노동자들이 식사비 문제를 계기로 파업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 중 10명은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무리한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이주인권센터 등은 1일 인천 남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트남 건설이주 노동자들의 생존권 파업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베트남 노동자 180명은 지난해 7월22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하부축조물 공사현장에서 4일간 파업을 벌였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집단 파업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당시 주·야간 90명씩으로 나뉘어 일하던 중이었다. 파업은 무료식사를 유료로 바꾼 게 계기가 됐다. 시공사인 ㅌ산업은 하루 세차례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다 두 끼는 식대를 받겠다고 통보했다. 베트남 노동자들이 식사시간 40분 전부터 업무를 중단해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 사람들이 시급제로 계약했는데 점심·저녁식사 40분 전부터 일을 하지 않아 급여에서 공제하겠다고 알렸더니 파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이주인권센터 측은 공사현장과 식당이 거리가 멀어 이동시간 때문에 일찍 일을 끝내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의 김기돈 사무국장은 “베트남 노동자들은 4110원의 시급을 받았는데 하루 12시간씩 일해봐야 월 150만원 수준”이라며 “저임금에 매달 24만원씩을 부담하게 되자 파업까지 벌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노동자들은 지난 1월9일에도 이틀간 두번째 파업을 벌였다. 회사 측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2시간 근로시간 중 1시간을 제외하고 11시간만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휴일도 없이 근무한 만큼 일요일에 쉬게 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 회사는 1차 파업 당시 21명을 해고했다. 또 불법파업으로 11억4400만원을 손해봤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파업에 가담한 퍔(34)·잔(35) 등 10명을 폭력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1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반면 인권센터 등은 노동 착취에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과잉 수사를 하고 검찰은 중형을 구형했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집행유예만 선고받아도 추방을 당한다. 장서연 변호사는 “일부 단순 폭행이 있었지만 경찰이 집단폭행 사건으로 몰고가고 단순 폭행 노동자까지 파업 주동자로 몰아 구속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