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십 년째 못 이룬 '코리안 드림', 헌법 지키고픈 이주노조[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한국사회 노동권의 마지노선, ‘이주노조’를 허하라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pjw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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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30  0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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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적어도 내가 일하고 있는 노동운동에서는 꼭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2005년 정리해고 이후에 10년간 복직을 요구하며 싸워온 코오롱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은 얼마 전 정리가 되었지만 2007년도에 콜트콜텍의 위장폐업으로 인한 정리해고 복직투쟁과 같은 해 겨울부터 천막농성을 해온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도대체 몇 번의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지나가야 이 투쟁의 끝이 보일지 당사자도 연대하는 사람들도 속 시원히 답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조합도 노동부로부터 노조필증을 10년째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노동3권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것이다. 헌법에도 분명히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제33조 ①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그리고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역시 근로자에 포함되어 관련 노동법을 똑같이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은 노동부나 대법원에서도 이미 1990년대에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이주노동자들에게 내 줄 수 없다는 것이 한국정부의 변하지 않는 마지노선이다. 이에 대해 1심에서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은 보장할수 없다는 취지로 이주노조가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조합원이더라도 노조 결성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로 승소를 했다. 문제는 대법원이 무려 8년간 이 사안에 대해 판결을 내리고 있지 않은데에 있다. 상식적으로 8년동안 판결을 안 내리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외압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바이다.

  

이주노조 합법화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유명한 사건인데 이미 유엔, IL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수차례 권고가 나온 바 있다. 바로 작년에도 국제노동기구에서 다음과 같은 권고가 나왔지만 여전히 한국정부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위원회는 “정부가 지체없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등록을 진행할 것이라 다시 한번 확고히 기대한다” - 2014년 국제노동기구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소위 3D산업이라고 불리우는 한국인 기피 업종에서 땀흘려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상습적인 임금체불, 폭행, 폭언, 성희롱 등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주노동자들도 이런 문제를 겪었을 때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조합이 필요한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혹시 이주노동조합 합법화에 대해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으신 분들은 온라인 서명에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글을 쓰면서 10년전 스무살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논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 시절 난 다른 대학교에서 술을 한잔 먹자는 선배의 말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 바로 이주노동조합 창립을 위한 후원주점이었다. 그 날 난 생전 처음 보는 외국음식을 먹다가 배탈이 나기도 했다. 그 때 만난 이주노동자 밴드와 친해져서 안산역에 내려가 연습실에도 가보고 서툰 실력이지만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피부색도 말도 나라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같이 치킨을 먹던 그 순간들이 참 따뜻했었다. 그 때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즐겨 들었던 <코리안 드림> 이라는 노래가 있다. 민중가수인 연영석씨가 부른 노래로 2006년 제3회 한국 대중음악상 후보에도 올랐던 명곡이다.

가난이 싫어 고향을 등지고 나홀로 돈 벌러 나왔어
돈 많이 벌어서 가족을 돌보고 내 꿈도 돌보고 싶었지
때리지 마세요 욕하지 마세요 내 돈을 돌려주세요
내 몸이 아파 마음이 아파 여기서 도망치고 파
차가운 시선 난 그냥 일하지 난 그냥 일하고 싶을 뿐
백인도 아냐 흑인도 아냐 난 그냥 일하는 사람
나온지 십년 내 몸이 아파 병들이 버린 몸둥이
그래도 또 다시 더럽고 힘든 일 내 이름 불법체류자
코리아 코리안 드림 코리아 코리안 드림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