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인정을 환영한다
이른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인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거기에는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인정한 사법부의 첫 판단으로서 의미가 있다.

노동권은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하는 당연한 권리다. 미국·일본과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연합 국가의 사례라든가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국제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법적 결론을 내리기까지 무려 8년4개월이나 걸렸으니 그동안 이주노동자가 겪은 피해와 고초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번 판결이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환기와 정책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이 법적으로는 보장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라든가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등 사실상 노동권을 제한하는 정책이 엄연히 시행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탄압에 치중한 정부의 태도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