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사소통 안돼 다친 외국인노동자 업무상 재해"

우리말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가 의사소통 문제로 다른 근로자와 싸우다 다쳤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업무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투다 직장 동료에게 머리를 얻어맞아 한쪽 몸이 마비된 중국동포 김모(29)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간 업무상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가 직장동료인 이씨를 자극하거나 도발했다기보다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누적된 갈등이 이 사건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모두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한 가구제조 공장에서 도장보조원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지난 2008년 5월 가구자재를 옮기다 실수로 도장 작업을 하려고 세워둔 널빤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를 본 동료 직원 이모씨가 널빤지를 작업대에 다시 올려놓으라고 했지만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김씨는 어색하게 웃음졌고 이에 이씨는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해 김씨의 뺨을 때렸다.

뺨을 얻어맞은 김씨는 나무 막대기로 이씨의 머리를 내리쳤고, 이씨는 옆에 있던 알루미늄 분무기로 김씨의 머리를 내리쳐 김씨는 오른쪽 몸이 마비됐다.

김씨는 같은해 6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지만 거부됐고 이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동료인 이씨 머리를 먼져 내리쳐 가해자를 자극하거나 도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