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컨테이너’에 가두지 마라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하라”] 릴레이 기고<3>
광주드림
기사 게재일 : 2010-12-07 07:00:00

 광주를 흔히들 민주·평화·인권의 도시라고 칭하고 있지만, 우리의 생활과 주변에서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권이라는 이름 속에, 노동이라는 이름 속에서 늘 머리에 남겨져 있는 이름이 있다. 가나에서 일자리를 찾아 광주라는 땅까지 온 외국인노동자 `윌리엄’이라는 친구다. 몇 년 전 야간에 택배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당시 윌리엄을 만났다. 그의 첫인상은 검은 피부에 언제나 유난히 하얀 이를 뽐내며 천진난만 한 웃음을 짓던 이였다.

 하지만 함께 일을 하던 그 곳의 힘들고 험한 일은 거의 그의 몫이었다.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내게 그곳은 당분간 일을 하다 떠날 장소였지만, 윌리엄에게는 희망이 있는 곳이었고, 꿈을 만들어가는 곳이었다.

 그는 물류회사 내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고향에는 있는 가족들을 늘 생각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그날을 위해 힘있고 활기차게 생활을 했다.



 5년간 도망자 신세 `윌리엄’

 윌리엄이 희망과 꿈을 가지고 한국이라는 땅에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불법이주노동자라는 딱지를 가지고 생활했던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늘 도망자라는 신분적 한계를 가지고 살았다. 아파도 제대로 병원엘 가지 못했고, 거리도 맘껏 돌아다니지 못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컨테이너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생활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결국, 단속에 걸려 붙잡히고 말았다. 윌리엄은 “형! 나 괜찮아”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지만 그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최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펼쳐진 불법 체류자 단속과정에서 베트남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고 중국인 노동자가 큰 부상을 당했다. 쥐 잡듯이 진행한 과잉단속에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 27명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알려지지 않는 사례까지 더 하면 숨지거나 다친 외국인노동자는 수십명에 달할 것이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사람이 우선이다. 반사회적 범죄자의 인권도 따지는 마당에 아무리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인권을 도외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더불어 살아가는 선진사회를 만들려면 불법체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이 시급하다.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권리, 거주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이 땅에 과연 인권이란 존재하는가에 있어서는 회의적이기만 하다. 작년에 한국에서 네팔로 강제 추방됐던 외국인노동자 미누의 마지막말이 인권이 서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못이 되어진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는 노동자일 뿐이다.”

 기영철 <광주복지공감플러스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