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 5명 중 1명 폭행 경험...여성은 성희롱 피해 늘어
경남이주민센터, 세계이주민의날 맞아 500명 설문조사
10.12.16 11:56 ㅣ최종 업데이트 10.12.16 12:33 윤성효 (cjnews)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과정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과 때로는 뇌물을 치르고 들어오며, 직장에서 절반 가량은 이직을 원하고, 5명 중 1명 가량은 폭행을 당한 적이 있고, 3명 중 2명은 산재를 입은 적이 있다. 또 상당수 여성들은 성희롱 등 성폭력 피해 경험하고, 이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경남이주민센터(이사장 강재현, 소장 이철승)가 세계이주민의 날(12월 18일)을 맞아, 경남지역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8~10월 사이 이주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국적을 보면 베트남이 19.8%(99명)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중국한족(16%), 인도네시아(10.6%), 필리핀(8%), 스리랑카,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었다.

 

이주 노동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 비전문 단순기능 업종에 취업 중인 외국인은 52만명(2009년 12월), 이 중 경남 거주 체류자는 4만4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절반 가량 미혼 ... 종교는 불교가 가장 많아

 

응답자 절반 가량(47.8%)은 미혼이고, 종교는 불교(25.2%)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이슬람교(24.2%)와 '종교 없음'(24.2%), 기독교(8.4%), 천주교(7.4%), 힌두교(5.8%), 기타 종교(1.8%) 순이었다(무응답 3%).

 

응답자들의 학력은 고등학교(42.8%)가 가장 많고, 대학 2년제(20.6%), 중학교(14.4%), 대학교 4년제 이상(12%), 대학원 이상(3.8%), 초등학교(3.2%), '공식학력 없음'(1.8%) 순이었다(무응답 1.4%).

 

입국 연도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2008년'이 23.4%(117명)로 가장 많았고, 2007년 이후 입국한 이가 65.2%를 차지했지만, 5년 이상의 체류자도 16.2%에 달했다. 상담소는 "이는 육체 노동력의 소모가 심하여 장기 체류를 가로막는 단순기능직 중심의 외국인 취업 현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체류를 원하는 이주노동자가 다수 있는 현상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입국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살펴본 결과, 소요 기간이 가장 긴 나라는 파키스탄으로 18.29개월이다. 그 뒤를 이어 미얀마 12개월, 네팔 11.78개월, 베트남 11.44개월, 필리핀 10.76개월, 인도네시아 10.24개월, 몽골 10개월, 스리랑카 9.59개월, 카자흐스탄과 기타 나라가 각각 8.00개월, 키르키스스탄 7.50개월, 태국 7.19개월, 방글라데시 6.75개월, 중국동포 4.44개월, 중국 4.21개월, 러시아 3개월 순으로 나타났다.

 

송출 관련 평균 비용은 663만3600원 ... 브로커 갈취 심각

 

중개인 또는 송출기관에 지불한 항공료, 비자발급비, 기타 송출비 등 총입국 비용은 최소 40만원, 최대 5000만원이며, 평균은 663만3600원으로 나타나 송출브로커에 의한 갈취가 심각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국가별로 중개인 또는 송출기관에 지불된 총입국 비용 평균은 인도네시아가 121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한족 758만원, 베트남 750만원, 네팔 728만원, 필리핀 654만원, 방글라데시 650만원, 몽골 580만원, 파키스탄 480만원, 중국동포 467만원, 타이 350만원, 카자흐스탄 200만원, 우즈베키스탄 194만원, 스리랑카 189만원, 러시아 160만원 순이었다.

 

뇌물 지급 경험 유무를 살펴보았는데, 전체 응답자 중 12.6%(63명)는 '지급한 적이 있다', 79%(395명)는 '지급한 적 없다'고 답했다(무응답 8.4%). 상담소는 설문조사를 통해 2006~2010년 동안 뇌물 지급 추이를 살펴보았는데, 뇌물을 '지급한 적 있다'는 응답은 2006년 51.9%에서 2007년 17.5%, 2010년 12.6%로 크게 감소했다.

 

E-9 입국사증과 관련해서도 뇌물을 지급했다는 응답자가 많았는데, 이주민센터는 "입국을 위한 뇌물 관행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데다 사증간 뇌물 비용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높은 송출료와 뇌물이 만연했던 산업연수생 제도의 폐단을 뜯어고치기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비전문취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뇌물 금액(유효 응답자 63명 중)은 최소 1만원부터 최대 1500만원을 지급했다고 응답했으며, 평균 441만원이었다. 이 중에서 E-9사증 입국자(유효응답자 32명)의 뇌물 평균금액은 492만원이 나왔다.

 

뇌물 효과를 묻는 질문에 대해, '매우 큰 효과 있다'와 '대체로 효과가 있었다'가 각각 23.8%(15명)를 차지했고, '그저 그랬다' 20.6%(13명), '별로 효과가 없었다' 14.3%(9명), '거의 효과 없었다' 14.3%(9명) 순으로 나타났다. 무응답은 9.5%(6명)이다. 절반 가량은 '뇌물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 근속기간은 최소 1개월부터 최대 189개월까지

 

이주 노동자들의 직장 근속기간을 물었는데, 최소 1개월부터 최대 189개월로 나타났고, 평균 19.85개월이었다. 이주민센터는 "합법취업자가 불법취업자보다 근속 기간이 길었는데, 이는 합법취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E-9 사증 소지자의 경우 사업장 이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국 이후 업체 이동 횟수를 묻는 질문에 대해 '1회'가 24.2%(121명)로 가장 많았고, '2회'가 21.8%(109명), 3회 17%(85명), 4~6회가 10.8%(54명), 7~9회 2.8%(14명), 10회 이상 1.6%(8명) 순이었다(무응답 14.4%).

 

여권 관리도 물었다. 여권을 본인이 관리하고 있는 사람은 82.2%였고, 14%는 회사가 관리한다고 답했으며, '기타'는 2.6%였다(무응답 1.2%). 외국인등록증을 누가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83.6%는 본인이 관리한다고 대답했다.

 

이주민센터는 "산업연수생 제도 당시 연수생 이탈 방지를 이유로 연수업체가 연수생의 신분증을 압류하는 인권침해가 사회문제화된 바 있다"며 "고용허가제도 하에서도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신분증이 압류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12시간'이 44.4%(222명)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9~10시간' 31.6%(158명), '7~8시간' 11%(55명), 13~14시간 4.8%(24명), 15~16시간 0.6%(3명), 6시간 이하 0.4%(2명) 순이었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7시간이다.

 

1주일 평균 잔업횟수는 '5일'이라는 응답이 19.8%(99명)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6일' 19.4%(97명), '4일' 10.2%(51명) 순으로 조사되었으며, '7일 내내 한다'는 14%(70명), '전혀 안한다'는 7.6%(39명)로 나타났다.

 

야간근로에 대해, 응답자의 44.2%(221명)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격주로 일주간 내내 한다'는 16.4%(82명), '1달에 1~2번 한다'는 8.4%(42명), '매일 한다'는 8%(40명)이다. 야간근로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5.6%이다.

 

공휴일 근무 횟수에 대해, '일을 안한다'는 26.4%(132명)로 가장 많았지만, '공휴일에도 거의 쉬지 않고 일한다'는 19.2%(96명)나 되었다. '1달에 1번'은 12.8%(64명), '1달에 2번'은 21.8%(109명), '1달에 3번'은 12.4%(62명)로 나타났다. 1달에 3번 이상 일하는 경우는 31.6%에 달했다(무응답 7.4%).

 

이주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154.92만원으로 조사되었으며, 최소 80만원이며, 최대 400만원이다. 체류자격별 월 평균임금을 조사한 결과, 합법 취업자는 155만원(308명)이며, 불법 취업자는 155.14만원(105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현재 직장 생활의 어려움(16개 항목)에 대해 물었는데, '낮은 임금 수준'(9.2%), '외국인에 대한 차별'(8.4%), 임금체불(7.2%), 빠른 작업속도(5.2%), 장시간 노동(4.0%) 순으로 나타났다.

 

이주민센터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 문제는 대부분 낮은 임금수준이나 장시간 노동 등 근로조건과 연동된 것"이라며 "직장내 차별과 관련한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은 동료 한국인 노동자와 비교하여 상여금 미적용, 근속기간이 무시되고 최저임금제에 묶인 임금 체계 등에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직장 내 폭행 피해 경험 16.4%

 

직장내 폭행 피해 경험에 대해, 응답자 70.2%(351명)는 '없다'고 했지만, 16.4%(82명)는 폭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고용허가제 취업자 중 무응답을 제외한 유효응답자 259명 중 폭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20.8%(54명)이다. 상담소는 "국가와 공공기관이 관리와 제도운영의 책임지고 있는 제도에서 폭행 비율이 평균보다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행 가해자는 '한국인 노동자'가 53.7%(44명)로 가장 많았으며, '직장 관리자' 26.8%(22명), '사장' 12.2%(10명), '기타' 8.5%(7명) 순이었다. 폭행당한 이유에 대해,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유 없이 폭행을 당했다'는 응답이 29.3%(24명)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한국어를 이해 못해서'가 25.6%(21명), '말, 행동을 상대방이 오해했다'가 24.4%(20명), 작업 중 실수 15.9%(13명)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 경험과 관련해, 응답자(여성) 54명 중 9.3%(5명)는 '있다'고 답했고, 63.0%(34명)는 '없다'고 답했다(무응답 27.8%). 상담소는 "지난 해 성희롱 피해 경험자 2.3%에 비하면 매우 높아진 수치다"고 밝혔다.

 

성희롱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추근거림'이 7.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 접촉'이 3.7%(2명), 성적농담, 음란전화, 동침 요구, 성매매 요구, 기타가 각각 1.9%(1명)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정규 건강진단을 실시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받아본 적 있다'는 응답이 49.2%(246명)로 가장 많았고, '직장에서 실시한 적 없다' 22.2%(111명), '직장에서 실시한 적 있으나 받지 못했다'가 4.6%(23명) 순서로 나타났다(무응답 20.0%).

 

직장 안전보건교육 여부에 대해, 53.0%(265명)는 '있다'고 답했고, 33.6%(168명)는 '없다'고 답했다(무응답 13.4%). 산업재해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9.0%(245명)는 '없다'고 답했으며, 40.6%(203명)는 '있다'고 답했다(무응답 10.4%)이다.

 

산업재해 피해 횟수 최소 1번, 최대 40번까지

 

산업재해 피해 횟수를 묻는 질문에 대해 최소는 1번, 최대는 40번이며 평균은 2.48번으로 나타나고 있다. 응답자(70명)들은 산재보험 처리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해 '산재보험 처리과정이 너무 복잡했다', '산재보험으로 인정받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회사가 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나에게 책임을 미뤘다', '산재 문제로 해고될까 두려웠다' 등의 순으로 답했다.

 

경남이주민센터는 "나쁜 제도가 시간이 흘러 뿌리를 깊게 내릴수록 개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며 "한국의 외국인 취업구조는 산업연수생 제도에서 고용허가제에 이르기까지 내국인 인력의 빈 자리를 보충하는 취지를 왜곡하고 낮은 임금의 외국인 노동력을 초과착취하는 수단으로 변질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더 상처가 곪기 전에 외국인 취업구조의 초과착취 구조를 판갈이해야 하며 고용허가제를 전면 수정하거나 다른 대안적 제도의 도입 추진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법체류자에 대해서도 노동권을 보호하고, 2005~2006년 재외동포 재입국 정책을 모델 삼아 사면을 통한 합법화나 출국 후 재입국 보장을 통한 양성화 등 합리적인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