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참가가 결정되고 부터 노동부, 법무부의 압박은 계속 있었습니다.

8월 초쯤 민주노총 이창근 국제부장 동지로부터 ILO 아태지역 총회 노동이주 세션 참가를 제안받고서 이주노조 차원에서 논의를 하고 참가를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 이번 총회의 주제 및 진행과정, 그리고 아노아르 동지의 참가사항에 대해 전해 들은 후 그 들은 바 내용을 준비하던 중 민주노총으로부터 노동부와 법무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라는 말을 들었고, 이와 관련하여 이창근 동지와 깊게 상의하여 정부가 민주노총의 고유한 권한을 침범할 권리는 없다, 그러므로 이주노조 위원장이 민주노총 대표로 참가하여 발언하는 것이 맞다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출입국 측에서 아노아르를 소환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노동부 측에서도 불법체류자가 대표가 될 수 없다. 인정할 수 없다며 만약 참가한다면 단속을 해서 참가하지 못하게 하겠단 협박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조 차원에선 이러한 협박에 굴복하거나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아노아르 동지의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주노조의 원칙과 입장을 지켜야 한다는 결의가 있었고, 다른 임원 동지들의 이후 상황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그리고 ILO 아태지역총회 참가를 다시 한 번 결정지었습니다.

물론 상황이 너무 급하게 흘러 임원을 넘어 운영위까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운영위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긴 힘들었지만 운영위원들도 아태지역 총회 참가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동의하였기에 이주노조 차원의 ILO 참가가 결정되었습니다.

정부가 협박하고 겁을 준다고 포기했을 것이면 우리는 명동성당 농성이나 이주노조 건설을 하지 않고 그냥 단속추방의 공포에 나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정부의 협박과 압력은 이미 한국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가 협박하건 협박하지 않건 이미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죽음의 위험에 처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협박하면 들을 것이다란 것은 정말 무식한 발상일 뿐입니다.

오늘 있었던 참가기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원래 27일 부산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본부와 함께 움직여 부산으로 오는 것이 맞는 동선이나 27일은 북부지부 총회가 있는 관계로 이 총회가 정리되면 움직이자란 생각에(물론 정부의 압력에 아노아르 위원장은 몸조심하는 것이 좋겠다란 판단이 있었고, 이에 아노아르 위원장은 북부지부 총회에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북부지부 총회를 우선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7일 밤에 간단하게 참가와 관련하여 논의를 진행했고, 28일 9시 35분 KTX를 타고 오산센터 장창원 목사님을 만나 함께 부산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인권과 노동권 확보를 위한 운동을 하고 계시는 목사님을 만나(인권위원회 운영위원이십니다. 명함을 받았으나 제가 지금 PC방에서 작업하느라 명함을 놔두고 와서..) 부산의 상황과 인권위의 여러 내용들, 압둘 사쿠르 문제 등을 얘기한 뒤 숙소가 있는 해운대로 이동했습니다.

해운대에 와서는 약간의 여유 시간을 빌어 국제 건설목공노련 회의에 참가해 아노아르 동지의 인사를 간단하게 진행했습니다. 이곳에서 국제의 건설 노동자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시아 건설 노련 중에 많은 이주노동자 조합원을 두고 있더군요.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ILO 회의 장소인 벡스코로 이동하였습니다. 회의는 29일 시작이지만 28일 워커스 그룹 미팅이 있고, 그 미팅에 참가하기 위해, 그리고 등록을 하기 위해 찾았습니다. 그래서 등록하려고 등록 카운터에 갔는데 민주노총 명단은 아직 노동부에서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다려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때 다시 한 번 노동부의 협박이 생각났고 아니나 다를까 이용득, 조준호 양대 위원장에게 아노아르 위원장을 대표에서 빼라는 노동부 장관의 전화가 왔습니다. 노동부 차원에서 아노아르 이름을 빼서 명단을 제출할 것이란 통보와 이후 만약 아노아르가 참가를 시도한다면 단속할 것이란 협박을 함께 했습니다. 특히 28일 밤, 29일 아침내에 조치를 취하겠다며 빠른 시간에 아노아르를 잡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자주권을 해치는 일이고, 적절한 명분이나 이유없이 막무가내로 떼쓰는 행위를 우리가 들어줄 필요가 없기에 민주노총 차원에서 우리는 아노아르 위원장을 빼지 않을 것이고 이대로 갈 것이다를 다시 한 번 확인해서 노동부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노동부는 자신의 임의대로 아노아르 위원장을 제한 명단을 ILO에 통보했고, 이에 아노아르 위원장은 등록을 할 수 없었습니다. 노동부의 매우 심한 협박과 동시에 아노아르 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고, 이에 주위의 많은 동지들과 대책논의를 진행하고, 다양한 방법의 대응을 조직했습니다.

곧바로 성명서 발표를 준비하고, 부산 지역의 이주 단체, 부산지역본부 등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단체들과 연락이 됐으며, 이후 충분한 공동대응을 할 생각입니다. 현재 서울과 거리가 있어서 긴밀한 연대는 힘들겠지만 서울에서 많은 동지들이 지금의 상황에 함께 해주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아노아르 동지에게 부산 출입국에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부산에 왔다는 것을 들었다. 자신들이 도와줄테니 어딨는지 알려달라.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달라. 어떻게 할 거냐 등의 교묘한 탐문이 있었고, 이에 거부하고 전화를 차단한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지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내일은 ILO 개막식이 있고, 노무현 정부가 참석합니다. ILO 회의장 주변 경계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아노아르 동지의 신변도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지금의 그릇된 상황이 폭로되고 대응이 모색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현재 이주노조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ICFTU 등의 대표로 아노아르가 ILO 참석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민주노총 대표의 이름으로 우선 참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선포할 것입니다. 우리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고 한국의 이주노동자 문제는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풀어나가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과 우리의 상급 조직인 민주노총의 뜻이 굽혀지는 것은 우리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ICFTU의 대표라는 후퇴안이 아닌 민주노총 차원의 참가라는 공식 원칙을 재확인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산 지역 활동가들과의 공동대응을 최대한 모색할 것입니다.

동지여러분들또한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힘있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투쟁을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노동부, 법무부, 청와대 등에 항의 글을 올려주십시오. 우리의 대응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리고 성명서 조직 및 기사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많이 많이 퍼뜨려 주시기 바랍니다.

전 계속해서 부산에서의 상황을 열심히 퍼나르도록 하겠습니다. 동지여러분 투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