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 여성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 체류자격은 이주여성의 권리다”

 

1998년 이후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배우자는 한국에 입국 후 한국인 배우자와 2년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한국국적을 신청할 수 있다. 2년 간 국적 유예기간동안 많은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 및 다양한 인권침해를 체류자격 때문에 참고 살고 있다.

어울림은 매년 300건-600건 이상의 다문화가족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체류자격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견디는 여성들에게 한국인으로 귀화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가난한 나라 출신여성들의 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혼이 유지되고 있어도 ‘남편의 재산이 얼마나 되나’, ‘남편과 사이에 자녀가 있는가’ ‘위장결혼은 아닌지’ 등, 끊임없이 의심하고 가능한 이들 가난한 나라 출신 여성들에게 국적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한편, 대부분 결혼이주민이 한국국적을 취득하는 싶은 이유는 한국배우자에게 버림받아도 한국에서 쫓겨나지 않고 싶어서, 제도적으로 “덜 차별 받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본인의 체류자격을 한국인 배우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늘 불안하다. 주민번호가 없어 한국인 배우자의 주민번호나 주소를 알지 못하면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뗄 수 없다. 자녀가 학교에 다닐 경우 엄마 이름이 외국이름이 때문에 차별을 받을지 몰라 불안하고 걱정되어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꾸고 싶다는 결혼이주민들을 상담실에서 흔히 만난다. 직장에서 차별도 여전하다. 한국국적을 받는다고 해도 한국인들에 비해 월급이 적고 잔업수당이나 퇴직금을 주지 않는 사업주도 많다. 그들의 국적이 한국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들은 “외국인”일 뿐이다. 여전히 직장에서 외국인으로 차별받고 심지어 한국식으로 이름을 바꿔도 차별은 여전하다. 국적과 상관없이 이 땅에서 태어나지 않아 당하는 차별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한국인으로 귀화하고 싶어 한다. 한국인으로 귀화할 경우 자신의 배우자의 신변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적어도 한국에서 “추방”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유지되는 동안 한국정부는 이주여성들이 귀찮을 정도로 많은 지원을 한다. 한국인의 아내, 외국인 며느리, 한국아이의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주여성들이 원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한글교육, 멘토-멘티 자매결연, 한국문화체험, 김치만들기, 아이돌보미 서비스 등을 받게 된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가정이 깨어졌을 때, 한국정부와 한국사회는 이혼한 이주여성이 더 이상 한국에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남편의 마음이 변한 것,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시어머니의 과도한 간섭으로 이혼하게 된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오직 한국인 남편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증명하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법과 언어를 잘 모르는 여성이 혼자서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잘못)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혼한 이주여성이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한국인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한, 한국정부는 이 여성의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는다.

 

국제결혼은 개인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거기에는 국가적, 사회적, 상업적 강제가 작용한 결과다. 한국사회의 만혼과 신부부족, 노동력부족을 메우려는 정책과 송출국의 가난과 실업의 결과다. 즉 국제결혼은 보다 나은 삶을 살려는 여성들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한국사회가 필요해서 이들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결혼이 실패했을 때 유입국인 한국정부도 송출국 정부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로 제정되고 기념되기 시작한 지 100년이 지났다. 한국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다!”라는 슬로건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이주여성의 권리도 인권이다!” 한국여성의 권리뿐 아니라 이주여성들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한국어를 배울 권리 뿐 아니라 남편 없이도 한국 땅에서 체류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자국에서도 밀려나고 남편에게 이혼 당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쫓겨난다면 이 여성들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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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합의이혼 후 귀국해야 하는 응웬

25살 응웬은 친언니가 한국에 시집와서 형부의 소개로 한국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한국에 온지 3개월 되었고 임신 3개월째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었지만 처음부터 한국살이는 만만치 않았다. 겉보기에 멀쩡한 성인인 남편은 시어머니의 치마폭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였다. 시어머니의 지나친 관섭과 남편의 무반응에 참지 못하고 집을 나와 쉼터에 있었다. 남편과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하는 날도 시어머니와 함께 온 남편은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피했고 시어머니는 응웬이 ‘못된 며느리’이기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니 아이를 지우고 베트남에 돌아가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귀국항공료는 지급하겠다고 했다. 응웬은 너무 지쳐서 비행기 표를 벌 자신도 없고, 시어머니와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응웬은 현재 시어머니의 뜻대로 협의이혼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이혼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달 후 법원에서 이혼판결을 받으면 한국에서 짧은 결혼생활 속에 정신적 육체적 상처만 남기고 귀국해야 한다.

 

사례2) 남편의 변심으로 임신 4개월에 이혼

필리핀에서 온 조이는 한국에 온지 5개월 되었다. 얼마 전 남편에게 이혼소장을 받았다. 조이는 임신 4개월이기 때문에 절대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남편은 절대 조이와 같이 살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이혼을 당하게 되면 한국에 계속 살 수 있을지, 낙태가 금지된 필리핀인 조이는 아이를 낳아야 하지만 아이를 혼자서 키울 자신이 없어 걱정이다. 조이는 여러 번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조이의 남편은 600만원을 줄 테니 아이를 낳던지 지우던지 마음대로 하고 이혼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례3)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베트남 엄마

준희는 4살이다. 베트남에서 온 엄마와 다양한 국적의 이모들, 친구들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에서 살고 있다. 준희 엄마아빠는 현재 이혼소송 중이다. 아빠는 엄마가 게으르고 지저분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했다. 준희가 엄마와 살게 될지 아니면 아빠와 살게 될지는 얼마 후 법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아빠와 살게 되면 준희 엄마는 베트남에 돌아가야 할지 몰라 어쩜 준희는 성인이 될 때가지 엄마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준희 엄마는 준희가 학교에 가고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준희네와 비슷한 사례는 준희가 있는 곳에선 흔한 이야기다.

 

※ 담당자: 어울림 소장 이인경 (010-6595-0557)

 

 

2004년-2010년 어울림상담통계

분류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결혼

2

13

2

5

4

12

16

이혼

20

32

40

44

77

99

45

체류(귀화)자격

40

36

41

31

40

77

74

가정폭력

14

20

16

32

46

19

31

출산 등

16

12

2

2

-

3

1

쉼터

-

11

11

15

24

19

13

기타 생활상담

13

79

92

93

201

427

431

105

203

204

222

392

656

611

 

2010년 어울림 상담통계

분류

이주남성

베트남

중국

필리핀

한국

네팔

기타

합(명)

비율

결혼

1

5

2

1

5

1

1

16

2.6

체류자격

11

30

16

8

2

3

4

74

12.1

이혼

3

16

12

5

3

6

45

7.4

출산 등

1

1

0.2

가정폭력

4

10

6

2

9

31

5.1

성폭력

-

쉼터

3

2

4

4

13

2.1

기타

29

262

52

34

23

12

19

431

70.5

44

320

94

59

33

18

43

611

100

비율

7.2

52.4

15.4

9.7

5.4

2.9

7.0

 

(사) 이주민과 함께 부설 어울림 이주여성 다문화가족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