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8년,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인종주의에 맞서는 투쟁이 필요하다.

 

 

 

 

여전한 인간사냥 _ 한국정부의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합동집중단속

 

한국정부는 지난 5월 7일부터 6월 말일까지, 약 두 달간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이 해마다 해오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동집중단속을 실시했다. 이번 단속이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속 기간을 비롯한 관련 사항을 사전에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조용’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번의 단속이 이전의 단속들에 비해 느슨하거나 강도가 약하게 진행되었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짐작컨대, 이러한 ‘조용한 단속’은 더 효과적인 미등록 이주민 단속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동안의 집중단속에서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은 자주 자신들의 권한을 넘어서는 공권력을 사용했다. 폭언과 폭력을 동반한 인권침해는 당연한 것처럼 자행되었고, 그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이 육체적·정신적인 상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확인된 바로는 서울 출입국 관리소는 자체적으로 단속 목표치를 할당해 정해놓았다고 한다. 외부적으로는 폐지하겠다고 했던 단속할당제를 내부적으로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실적 위주의 제도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을 비롯한 단속 담당 공무원들이 실적을 위해 무리하고 야만적인 행위들을 자행하게 한다. 한국정부 당국의 이러한 행태는 인권을 가진 인간에 대한 법 집행이기 보다는 짐승에 대한 사냥에 가깝다. 슬프게도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어야 할 인간사냥은 여전하다. 그리고 인권을 옹호하는 진영에서 이 같은 현실을 확실하게 제재할 수 있는 운동을 벌여내지 못한다면 인간사냥은 계속될 것이다.

 

 


노예처럼 성실한, 권리에서 자유로운? _ 고용노동부의 구인업체 명단 제공 중단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통계자료에 대한 그릇된 전제와 아전인수 격 해석이 넘쳐난다. 고용노동부의 논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해마다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 중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사례보다 자율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는 사례가 대다수이며, 이로 미루어봤을 때, 수수료를 목적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변경을 유도하는 브로커들의 불법적인 개입이 의심된다. 개중에는 수수료만 챙기고 잠적하거나, 고용주가 계약해지에 동의할 수 있도록 고의적인 태업을 진행한다는 사업주들의 불만이 있기도 한다. 이러한 사업장 변경 신청의 증가 추세는 다른 성실한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므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근거들을 자세히 따져보자. 우선 사업자 변경을 신청하는 이주노동자의 숫자가 늘어난 이유는 이주노동자의 자체의 숫자가 늘어나는 데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가이다. 실제 비율로 따지자면 최근 몇 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신청자 비율은 오히려 감소추세다. 자율해지가 대부분인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설령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 신청 과정에서 사용자의 귀책사유를 주장하고 싶다고 한들 그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차치하고서, 자율적인 합의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문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 수수료만 챙기고 잠적하는 브로커들이 있다면 적발하여 처벌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경고한 사법처리 대상에는 악질 브로커들뿐만이 아니라 NGO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과정에서 이주·인권 단체들의 개입을 방지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이 침해당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인권단체들의 지원마저 차단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번 방안이 고용허가제와 마찬가지로 사업장 변경 자체를 죄악시하는 그릇된 전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더 좋은 작업환경에서 더 많은 임금을 위해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권리는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며, 더군다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 강도 높은 노동에서 일하면서 사용주의 임금체불과 폭언, 폭행과 성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이주노동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권리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막고 싶다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편이 더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만일 이 방안이 실제 현장에서 시행된다면,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한 이주노동자는 구인업체 명단이 없어 고용주의 선택을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만일 3개월 내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강제 출국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인업체 제공 중단은 브로커를 핑계로 이주노동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게 더욱 강하게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국정부는 사업장 변경을 하지 않는 이주노동자를 성실한 근로자로 분류하고 있는데, 결국 한국정부가 말하는 ‘성실’성이란 노동자 개인의 상황이나 의지에 상관없이 주인의 필요에만 따라 움직여야 하는 ‘노예처럼’을 말하는 것이다.

이 상의 상황들은 2012년 현재,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취하는 태도를 여실히 확인시켜주고 있다. 입법·사법·행정 어느 부처에서도 인종적인 행태를 보이지 않거나 반인권적이지 않은 곳이 없다. 정부는 ‘문화의 공존’이 아니라 낮은 출산률 관리를 위해 결혼 이주 정책으로 다문화 정책만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사회에서 분명히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옹호하는 투쟁을 벌여나갈 이주노조는 대법원의 책임방기와 출입국 관리소의 지도부 표적단속 등 한국정부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7월부터 열리는 합법적 장기체류의 길. 그러나 … _ 고용허가제 개정안의 문제점

 

한편 7월 2일부터는 지난해 말 통과된 고용허가제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을 두고 한국정부는 「성실근로 후 귀국한 외국인근로자재입국 취업 제도」라고 부른다. 이 제도의 핵심 골자는 이 제도의 이름에서도 파악할 수 있듯이 한국에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정해진 4년 10개월(3년 +1년 10개월)의 기간 동안 일한 이주노동자 중 ‘성실근로’한 이주노동자에게는 3개월 후 다시 한국에서 4년 10개월 동안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단순노무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는 정주화 방지를 위한 단기순환의 원칙을 견지해왔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 명백히 모순된다. 만일 이 제도대로라면, 합법적으로 9년 11개월(4년 10개월 + 3개월 출국 + 4년 10개월)이라는, 10년에 매우 근접한 장기체류를 하며 노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의 ‘단기 순환’이라는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방향과 모순되는 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은 정부 정책의 긍정적인 방향전환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제도의 적용 요건을 살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의 성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인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지 않아야 한다. 앞서 강조했듯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 자체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이미 심각한 노동권 침해이다.

게다가 농축산업, 어업 또는 30인 이하의 제조업으로 적용 범위를 제한했다. 이 범위가 제한되는 사업장들은 한마디로 노동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사업장 변경이 성실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도저히 참고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청하게 된다는 사실을 정부는 모른 척하고 이 같은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중간의 출국 기간을 둔 것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전혀 긍정적으로 전환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3개월의 출국기간은 영주권 신청의 기회를 박탈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다.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5년간 체류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된 개정안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합법적 장기체류 노동의 길을 열어놓는 이 같은 개정안이 이주노동자 및 이주운동진영의 요구와 관계없이 마련되었다는 측면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은 한국 경제와 자본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어떠한 관리책을 내놓더라도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값싸고 말 잘 듣는 노동력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인권침해에도 눈을 감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인종사회로 접어드는 한국, 인종주의에 맞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150만에 육박하는 한국에서의 이주민 수는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갈 전망이다. 한국의 경제상황이 그 구조가 완전히 갈아엎어질만한 격변이 있지 않은 이상 이주노동자들의 숫자도 계속해서 늘어갈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한국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며, 사업장 변경을 죄악시하고 장기체류 노동을 제한하는 현재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 2005년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래, 지도부들이 계속해서 출입국 관리소의 표적단속으로 강제추방 당해왔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는 한편으로, 운동진영은 한국사회의 만연한 인종주의와 맞서 싸워야 한다. 비교적 긴 시간동안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 속에서 피부색이나 언어와 같은 인종적 차이가 사회적 갈등으로 부상하지 않았던 한국사회에서 한국인들이 인종에 대해 갖는 편견과 오해가 많은 편이다. 올해 초 수원 오원춘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심하였던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가 인터넷 상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장기적인 경제위기가 지속될수록 전 세계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혐오는 확산되고 있으며, 인종주의 사회인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로서의 인간성을 획득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점점 더 다 인종 사회로 변화해갈 한국에서의 인종주의와 맞선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