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위의 정치적 해산을 선언한다!

 

            - 강령 통일과 조직 통합에 실패한 사노위, 이제 그 공동실천을 종료하며

 

사노위 3차 총회는 끝내 해산을 거부했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는 그 출범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대중 앞에 약속하고 선언한 “1년 안에 강령/전술/조직 상의 통일을 통한 당 추진위 건설”에 최종 실패함으로써 공동실천위원회로서의 그 시효를 마감했다. 

 

이에 우리는 ‘강령 통일 실패에 따른 조직 해산’을 총회에 상정했지만 구 사노준을 비롯하여 의견그룹 이탈세력을 포함하는 다수파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앞세운 표결로 이를 기각시켰다. 이로써 사노위 조직의 수명은 형식적으로 연장됐지만, 이러한 무원칙한 연장과 동거로 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의 파산을 감출 수는 없다. 

 

우리는 이제 ‘사노위를 통한 당 건설 공동실천’이 실패한 데 대한 우리 자신의 책임 또한 막중함을 인정하며, 공식적으로 사노위의 정치적 해산 및 공동실천의 종료를 선언한다. 

 

사노위가 실패한 것은 단지 강령 문구상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때문이 아니다. 강령 상의 불통일은 혁명이냐 개량이냐와 관련한 총노선의 차이를 드러냈으며, 이는 ‘어떤 당’을 건설하고 ‘어떤 정치활동’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좁힐 수 없는 간극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강령 논의를 3개월 더 연장한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 3개월을 계급 속에서의 공개적인 강령 논쟁을 배제한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단일화를 전제한 몇몇의 밀실 논의를 통해 단일안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은 정치적 통일에 기초한 당 강령의 정립이 아니라 조직 보존주의를 앞세운 야합일 따름이다. 

 

혁명적 강령으로의 통일을 비웃고 조직만 유지, 보존하면 된다는 이러한 정치 냉소주의에 바탕한 무원칙한 동거로는 결코 사회주의 혁명정당을 건설할 수 없다. ‘깨져서는 안 된다’, ‘사노위만이 유일한 대안이다’라는 맹목적인 조직보존 논리는 ‘강령에 입각한 당 건설’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는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강령 통일이 당 건설의 모든 것이라고 보는 강령 만능주의자가 아니다. 우리는 지난 가입원서 건과 소책자 비평 건 등 회원 조직활동 문제와 민주집중제 문제를 놓고도 비타협적인 투쟁을 전개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강령 문제가 ‘어떤 정치활동’을 할 것인가, 회원들이 현장, 부문 등 각각의 영역에서 어떻게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전개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제기하며 실천의 지침으로서의 강령을 정립해야 한다고 거듭 호소해 왔다. 

 

노동자 투쟁에 결합하고 연대하는 것은 사회주의 조직으로서 당연한 임무이지만, 정치활동이 결코 이것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사노위 정치원칙인 “강령(이행요구)에 입각한 노동자투쟁 조직화”로 우리의 정치활동을 끌어올려야만 조합주의와 부문운동주의를 극복하고 당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거듭 제기했었다. ‘연대만으론 안 된다. 강령에 입각한 지도력 발휘가 필요하다’고 말로는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결국은 조직보존 논리 앞에서 모두 공문구로 전락하고, 이제 다수파 앞에는 ‘주체형성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운동과 부문운동들을 병렬적으로 모아놓는 연방주의, 추수주의 조직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 

 

혁명적 강령 정립이 당 건설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것만이 지금 절박한 노동자계급 지도력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대안 지도력을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다. 사노위는 이 대안 지도력 건설의 출발점에서 실패했다. 지난 사노위 건설 당시 공개제안서에서 분명하게 밝힌 바 있는 이 점을 우리는 오늘 사노위 실패 속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다시 확인한다. 

 

사노위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우리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안다.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떠안고 가는 길은 먼저 사노위 운동 1년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화된 평가와 함께 이로부터 당 건설투쟁의 올바른 교훈을 끌어내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교훈이든 현 시기 진보정당들이 민주대연합을 통해 자본가 정당과 손잡으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만신창이가 되고 노동자계급 지도력의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이 엄중한 정세 속에서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조금도 늦출 수가 없다. 

 

그 동안 사노위를 통한 우리의 당 건설투쟁을 응원하고 지지해 준 동지들, 그리고 함께 하진 못했지만 이 시도를 관심 있게 지켜봐 온 동지들께 연대의 정을 전하며 다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동지들 앞에 인사드릴 것을 약속한다.

 

                                                                 2011년 6월 1일

 

                     고민택, 구재보, 김남명, 김대환, 김병효, 김운용, 김창연, 남궁원, 박준선,

                     양효식, 오세철, 유승철, 윤문호, 이근조, 이승렬, 이승찬, 이지윤, 이형로,

                     이효성, 임천용, 정현철, 최철, 한송우, 현철민 등 총28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