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이밸브, '외국인 근로자의 천국'
25일 피케이밸브의 외국인 근로자 반득(왼쪽세번째), 반비엣(왼쪽네번째) 등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밸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눈에 띄게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는 기업이 있다. 고용노동부에 고발이라도 하려는 심산에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면 잠시 내려놓자. 25일 경남 창원에서 만난 밸브 전문업체 피케이밸브(대표 박헌근)는 조금 다르다. 차별을 하는 것은 맞는데 외국인 근로자에게 더 좋게 차별한다. 그래서일까.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웃고 있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의ㆍ식ㆍ주. 피케이밸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 중 '식'과 '주'를 보장받는다. 회사에서 전적으로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우선 이 회사는 인근의 66m²(약20평) 규모 아파트 3동을 매입, 외국인 근로자 전용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최낙진 관리팀장은 "2004년 전세로 확보했던 것을 최근 아예 사들였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는 만큼 숙소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숙소 내에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구비돼 있는 것은 물론이다. 최 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끔 하기 위해 숙소를 마련했다"며 "냉장고 안에 항상 먹을거리를 가득 채워 넣는 것은 서비스"라며 웃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에서 매달 1인당 9만원씩 현금을 지급한다. "우리나라까지 와서 일해 주는 게 고마워 주는 일종의 간식비"라는 설명이다. 식사는 회사 내 구내식당에서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주어진다. 피케이밸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자기 돈 쓸 일이 많지 않은 느낌이다.

놀라긴 아직 이르다. 머나먼 타국에 와서 일하는 만큼 고국이 그립고 가족도 보고 싶을 터다. 그래서 피케이밸브는 매년 1명씩 선정, 고국으로 약 2주간 휴가를 보내준다. 무료 항공권은 덤이다. 결혼 등 경축일에도 고국에 보내준다. 얼마 전에도 베트남 출신 직원이 항공료에 축의금까지 두둑이 챙겨 고향에 다녀왔다.

축의금 전달을 위해 동행했던 금은섭 차장은 "한국에서 무료로 비행기를 태워주고 회사 직원이 따라와 축의금까지 전달해 주니 현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고 감격해 하더라"며 "가족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해 하던 외국인 근로자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전했다.

25일 반득(왼쪽두번째), 반비엣(왼쪽세번째)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내국인 직원들과 한 데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12명. 지난 2004년부터 채용을 시작했다. 이들에 대한 파격 지원은 박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박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잘 대해줘야 그들이 고국에 돌아가 우리나라를 좋게 말해준다"며 "국내 직원보다 더 처우를 좋게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일종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제도들은 내국인 직원들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오직 외국인 근로자만을 위한 제도다. 내국인 근로자들이 적용받는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외국인 근로자도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이 회사에서 6년째 일했다는 반득(34, 베트남)씨는 "한국에 오기 전에 옷가게에서 경비로 일하며 힘들었는데 여기 온 후로는 매달 가족에게 생활비도 보내줄 수 있어 좋다"며 "올해 근로가능 기한이 끝나는데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