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아누아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위법한 체포를 규탄한다

  우리는 얼마 전 아누아르라는 생소한 이름의 외국인이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공무원들에 의하여 체포되었고, 법무부는 그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본국으로 추방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누아르는 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불법체류 상태에서 근로를 하던 방글라데시인이다.
  그는 또한 2005. 4. 24. 창립되어 5. 3. 노동부에 설립신고를 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초대 위원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시기적으로 매우 미묘했던 아누아르 위원장의 체포와 관련하여 몇가지 우려의 점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체포 과정의 위법성이다.
  법무부는 불법체류한 외국인을 추방하기 위하여 체포, 연행하는 일은 일상적인 공무집행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아누아르 위원장의 체포 과정에서 단속반원들이 출입국관리법 제53조의 보호명령서 제시의무나 제82조의 신분증 제시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들추지는 않겠다. 불법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을 추방하기 위한 ‘대의’를 위해서는 아주 사소한 위법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할지라도 무방비의 사람을 수십명의 단속반원들이 폭행할 수 있다는 규정은 세계인권규약을 준수하는 문명 국가 대한민국의 어느 법령에도 없다. 현재 청주외국인보호소에 ‘보호’되어 있는 아누아르 위원장은 2005. 5. 15. 0:50 체포 과정에서 단속반원들의 폭행에 의하여 거의 전신에 걸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둘째, 그의 현재의 지위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법령에 의한 불법체류 근로자이지만, 동시에 이제 막 창립하여 노동부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위원장이기도 하다.
  노동부는 아누아르가 접수한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하지 않고 5. 20.까지 기한을 정하여 보완을 요구하였다. 노동부가 제시한 보완요구 사항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적어도 2005. 5. 20.까지 아누아르는 대한민국의 법령에 따른 적법한 노동조합의 위원장이다. 마찬가지로 아누아르는 노동조합의 위원장 겸 조합원으로서 노동부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아 볼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런 그를 법무부는 일상적인 단속이라고 하면서 퇴근 길에 법령에 규정된 절차조차 무시하면서 막무가내로 체포, 연행하였다.
  사실이 이렇다면, 우리가 아누아르에 대한 연행을 그의 불법체류 근로자라는 신분보다 새로이 창립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위원장 지위와 더 깊은 연관을 지어 우려 섞인 눈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법무부는 아누아르의 체포와 관련하여 “불법체류 중 제공한 노동의 대가는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불법체류자들은 국내에서 노동의 권리는 물론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와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서 “불법체류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것은 선진 외국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한겨레」 5. 16. 자)
  만약, 대한민국 법무부가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면, 아누아르 위원장에 대한 위법한 체포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설립신고와 관련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한가지 더, 이른바 ‘선진 외국’에서는 불법체류자일지라도 그 나라의 산업별, 기업별 등의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되기 때문에 따로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여 노동조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만 지적하자.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아누아르 위원장에 대한 연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법무부의 본국 추방 계획의 즉각적인 재검토를 촉구하는 바이다.


2005. 5. 2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