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아노아르 위원장 동지가 연행된 직후 방글라데시 말로 이주동지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
어쩌면 보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옮겨 놓습니다.
안산의 한 이주 동지 집에 방문했다가 방글라데시 말로 깨알같이 쓰여진 편지를 그분이 한국어로 풀어 주었고
제가 약간 다듬어서 올립니다.

<편지>

투쟁하는 인생이 진정한 인생입니다.

동지 여러분, 투쟁으로 인사드립니다.
너무 배고파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엄마 아빠, 가족들 떠나서 한국에 왔습니다.
우리 인생의 중요한 나이에 노동해왔어요.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한국땅에서 일해온 지
17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모든 탄압, 차별, 산업 재해, 그 외 치욕스러운 일을 당해도 말하지 못하는 것도 많아요.
여러 단체, 센터,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이야기 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판결이 안 나고 있습니다.
우리 눈물 보고 하늘도 흔들리고 나무들도 눈물 나오겠지만 한국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계속 탄압과 차별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무런 투쟁도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안됩니다.

인생을 위해서 자신에게 물어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인생은 하나뿐입니다. 무조건 항의해야 합니다. 우리 투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희망이 없으면 안됩니다. 자신감 떨어져서도 안됩니다.
13일날 밤 갑자기 이렇게 연행된 상황에 대해 동지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해요.
조금만 조심했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제 현실로 받아 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나가야 됩니다. 우리의 선배들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투쟁이 전보다 앞으로
나갔고 단결 강해졌어요. 우리 투쟁 옛날보다 커졌어요.
앞으로 잘 될거라고 믿어요.
모든 동지들을 그만큼 믿고 있어요.

동지 여러분! 우리의 노력과 땀으로 서울경인지역 이주노동조합 만들었어요. 이 조직을 앞으로
더욱 강하게 키워가야 됩니다. 제가 보호소에 있어도 아직까지 한국에 있고 앞으로도 여기 남을 겁니다.
아무리 탄압하고 무시해도 내가 고개 들고 지낼거에요. 마지막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제 인생이 힘들어지고 제 인생이 이 세상 떠날지라도 이주노동자 해방투쟁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 깨어지면 안됩니다.
힘차고 자신있게 앞으로 나가야 됩니다.

모든 친구들끼리 전화 통화해서 상황 어렵더라도 조직해나가야 합니다.
저를 감옥에 넣었다고 해서 우리 투쟁이 멈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 투쟁 조금 힘이 빠져도 단결해서 나가야 합니다.
보호소 밖의 일정에 따라 안에서도 같이 투쟁할 생각이에요.
정부는 아노아르 개인을 보호소에 가두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주노동조합 위원장을 연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노아르는 개인이라는 생각 떠나서 노동조합 생각하며 쉽게 떠나지 않을 작정입니다.
저는 조합원들과 40만 이주노동자 생각해서 쉽게 나라에 가지 못합니다.
어떤 어려운 투쟁이라도 안에서 진행할 것입니다.

친구 여러분, 동지여러분!
단속에 맞춰서 우리가 절대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을지라도 한국의 노동자, 학생, 사회단체, 시민들이 우리를 인정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아직까지 우리가 한국에 있을 수 있는 것이구요.
예전에 비해 우리 힘 많이 모았습니다. 제가 우리 승리 가까이 있다고 믿습니다.
모든 사람들 단결해서 투쟁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동지여러분, 기억하십시오. 정부의 탄압과 무시가 혹독해질수록 우리 승리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걸.
우리 승리하는 날 가까이 와 있어요. 반드시 승리할 거에요.
승리! 모든 노동자!
승리! 모든 시민 여러분!
승리! 우리 투쟁!

2005. 5.15

청주 아노아르

편지를 다 읽고 나서 안산의 그 이주 동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한국말 부족해서 제대로 표현 못했지만 우리나라 말로 읽으면 진짜 너무나 감동적인 글이에요.”  
저 역시 어휘력이 부족해서 아노와르씨의 절절한 마음과 진정어린 문장을 단조롭게 훼손한 것 같아 죄송스럽지만 모든 분들이 이 편지의 의미만큼은 꼭 새겨두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