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벌써 이민국가로 들어섰다”

[한겨레 2005-05-25 21:12]  
[한겨레] 설동훈 전북대 교수 이민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안 지하철을 타면 외국인이 없는 칸을 타기 힘든 나라. 수십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장기 체류하는 나라. 결혼하는 사람 1백 명 가운데 여덟은 국제결혼을 하는 나라.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에게 한국은 이미 실질적인 ‘이민국가’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문화회관. 설 교수는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간 인적 교류지원, 진단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다문화 사회에서의 조화와 공존’을 강조하며 이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구했다.

“유엔은 일시적으로 취업하기 위해 외국으로 이주한 이주노동자도 이민자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엔 정의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 말 현재 42만 명의 외국인이 취업하고 있는 이민국가에 해당합니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이민제도가 없는 나라. 한국인들에게 이민은 여전히 다른 나라로 살기위해 가는 것만을 의미한다. 이민이라는 말은 20세기 초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의 이민과 1960년대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들의 고단한 이민사와 겹쳐진다. 그러나 이제는 밖으로 나가는 이민이 아닌 외국인을 한국에 받아들이는 이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 교수는 말했다.

외국인 42만명 취업한 나라…더욱 늘어날 것
사용만 하고 정착은 불허…국가이기주의 극치
유능인력 끌어들이는 이민 유치 인센티브 필요 2005년 4월말 기준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아내’는 모두 5만5964명.

‘외국인 남편’도 비슷한 수준이다. 설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타이, 몽골, 러시아인 어머니렙틜痴嗤둔 ‘한국 아이’들이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의 저 출산, 고령화 문제와 전 지구적 교류의 확대를 볼 때 외국 인력의 유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저 숙련 인력의 한시적 활용을 넘어 전문기술 인력을 영구 이민형태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설 교수는 외국인 우수 인력의 ‘이민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황우석 교수 같은 외국인이 한국에 이민을 오려 하겠습니까? 그냥 오지는 않습니다.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필요합니다.” 유치 노력과 함께 필요한 것은 ‘함께 살려는 노력’이다. 한국에는 이미 수많은 외국인과 외국인 노동자가 거주하고 있다. 이미 서울과 같은 주요 도시에는 인종적, 민족적 다양성이 넘실댄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외국인과 함께 어울려 살 준비가 아직 덜 돼 있다는 것이 설 교수의 판단이다. 그 단적인 예가 한국 거주 외국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다.

설 교수는 ‘사용’만 하고 ‘정착’은 허용하지 않는 이주노동자제도를 두고 국민국가의 이기심이 극에 달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한국인의 ‘일자리’ 문제와 겹쳐지며 해법이 간단치 않다. “단순 노동력을 이민으로 받아들이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단순노동은 이주노동자로 받아들이고 전문 인력은 이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화돼 있죠.” 그는 대신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단일혈통’이라는 시각을 벗어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의 보수화와 거칠게 분출하는 민족주의 역시 배타적 인종주의를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로축구 선수 가운데 한국으로 귀화한 ‘신의손’씨가 있습니다. 브라질의 호나우딩요도 올 수 있는 나라가 돼야죠.” 김남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