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시행 5년과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관한법률’ 개정을 앞두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성 명 서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에 대해 정부는 그 동안의 편법적인 산업연수생제도를 극복한 국제적 수준(international standards)의 외국인력 제도라고 평하고 있다. 그 이유로 송출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 간의 양해각서를 통해 외국 인력을 도입하고, 내국인과 동일한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년의 기간 동안 이주노동자들은 철저한 고용주 중심의 제도 하에서 인권과 노동권을 담보 잡힌 채 아직도 생산을 위한 수단이자 도구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고용허가제 시행 5년을 맞아 지난 2개월 간 진행된 이주노동자 실태조사의 결과는 이러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송출과정과 입국 후 산업현장에서의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전체 기간 동안 충분한 직업적 정보와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입국 전에 맺은 근로계약의 내용과 실제 입국 후 경험한 내용이 달랐다는 이들이 60%를 넘었고, 근로계약서의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들이 응답자의 70%나 되었다. 산업재해를 당했던 이들 중 1/3 가량은 본인이 치료비를 감당해야했다(35.2%). 또한 이주노동자의 1/3 이상이 직장 내에서 언어폭력을 당했고(35.8%), 같은 수의 사람들이 노동의 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답했다(34%)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놀라운 사실은 일부 국가의 경우 평균 송출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2006년 3,791달러에서 올해에는 6,105달러로 급격히 늘어 조사대상 국가 평균 송출비용 2,635달러의 두 배를 넘었다. 이는 뇌물, 급행료 등 탈법적 비리가 몇몇 송출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한국 정부가 비리근절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자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출비리의 수렁이 더욱 깊어지고 있으며 각종 인권침해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주노동자를 기업의 이익창출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는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해 9월 열린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의 검토를 통해 이주노동자가 받는 최저임금 중에서 회사가 제공하는 기숙사비와 식비를 공제할 수 있도록 추진하면서 기업들의 이익 극대화에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시키려 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고용허가제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는 바, 그 내용을 살펴보아도 이주노동자들을 위하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1년 단위 근로계약을 3년 자율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노동력 확보를 용이하게 하면서도, 정작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빼앗고 있다.

  

고용허가제 시행 5년을 맞이하며, 우리는 정부에 대해 더욱 강력한 목소리로 이주노동자 인권보장 대책을 요구하고자 한다. 정부는 즉각 송출비리 발생국가들에 대해 인력도입 중단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하며, 국내에서는 전국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여,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노력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과거 송출비리와 인권침해로 점철되어 ‘현대판 노예제도’라 지탄받았던 연수생제도가 다시 되살아나 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

  

- 고용허가제 독소조항 ‘사업장 이동제한’을 전면 폐지하라!

- 이주노동자 숙박비 공제를 즉각 철회하라!

- 이주노동자의 최저주거 환경을 보장하라!

-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외면하는 고용허가제 개정안 반대한다!

- 송출비리 외면하는 노동부는 각성하라!

  

2009. 8. 16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하 34개 단체;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경산외국인노동자교회,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광주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다문화마을, 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종합지원센터, 목포이주외국인상담소, 발안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부천이주노동자복지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성남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시화외국인노동자센터, 시흥이주노동자지원센터,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안산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양주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외국인노동자샬롬의집, 외국인이주노동자학교,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용산나눔의집,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천안외국인노동자센터, 천주교의정부외국인노동자상담소, 충북외국인이주노동자지원센터, 포천나눔의집, 포천스리랑카친구들, 푸른시민연대,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