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28 20:12]  

지난해 혼인한 농어촌 신랑 넷 중 한 사람꼴로 외국인 신부를 맞았다고 한다. 중국·베트남·필리핀 출신이 외국인 신부의 90%를 차지했다. 하기 싫은 힘든 일을 외국인 노동자들을 들여다 해결한 데 이어, 한국 여성들이 시집가기 싫어하는 농어촌의 가정을 아시아 여성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은 단일민족이 아니며 실질적인 이민국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 취업자는 42만명, 외국인 아내는 5만명을 넘어섰다. 당연히 중국·필리핀·베트남·타이·몽골·러시아·미국·일본 출신의 어머니 또는 아버지를 둔 아이들이 계속 태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 전지구적 교류 확대를 볼 때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나 사회적 대처가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외국인과의 결혼 또한 다양한 문제에 부닥치고 있다.

알선업체에 의한 성급한 국제결혼 이후 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베트남 배우자와의 이혼신청 건수가 최근 들어 갑절 가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혼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아내에 대한 가정폭력 등의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와 생활하는 자녀들의 언어발달과 사회적응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다민족 사회로서 본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됐다. 우선 난립한 결혼알선 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배우자에 대해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통해 사회적응을 도와야 할 것이다. 국제결혼 가정의 여러 문제를 상의할 상담실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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