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더 추운 겨울’

경제위기 감원 대상 `0순위’…새 일자리 `뚝’

박중재 being@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8-12-17 06:00:00
  


경제위기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지역내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일감이 크게 줄어들며 일자리를 잃거나 해고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한파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어 이주 노동자들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 외국인 근로자 선교회에는 일할 곳을 잃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평동산단 내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필리핀 여성노동자 4명이 한꺼번에 해고됐다. 이 업체와 계약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었지만 대기업 하청업체였던 이 회사의 물량이 크게 줄어들며 인력 구조조정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중국 한족 2명이 일자리를 구해달라며 선교회 측에 상담을 요청했다. 첨단지역 한 중소업체에서 일하던 이들은 계약기간 만료후 재고용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내국인 근로자도 감원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 측에서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

이 선교회 석창원 목사는 “11월부터 직장에서 해고됐거나 재고용이 되지 않아 상담을 요청한 사례가 4건에 달한다”며 “예전에는 일자리가 맞지 않는다며 상담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경기악화로 일자리를 잃어 도움을 요청한 경우가 급증한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일감이 많았던 시절 주말특근이나 야근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했지만 최근 대기업의 생산물량 축소로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기 힘든 하청업체들이 늘어나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새로 구할 경우 법적으로 고용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노동청에도 구직을 위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났다.

광주지방노동청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업무 때문에 직장을 퇴사한 뒤 구직을 신청한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회사부도나 해고로 인해 직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20여 명이 한꺼번에 찾아와 구직신청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마다 광주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새롭게 일자리를 찾으려해도 경기상황때문에 구직이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지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700여개 업체 2778명에 이르고 있다.

박중재 기자 being@gjdream.com


‘제3세계 빈민’ 경제위기 직격탄
정환보기자


ㆍ선진국 소비 줄면서 이주노동자 실직 줄이어
ㆍ고향에 송금 못해 인도 펀자브 등 경제 휘청

경제위기로 타격을 입은 것은 역시 가난한 나라의 백성들이었다. 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이 아니라, 해외에 체류하는 가족들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제3세계 민초들의 삶이 그 어느 때보다 피폐해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5일 이 같은 사례의 대표적인 지역인 인도 북부의 펀자브 주를 찾아 막막해진 주민들의 생활상을 전했다.

세계 각지에서 감원과 실업의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급여를 삭감당하거나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다. BBC는 인도 펀자브 출신이면서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피아라 싱의 사연을 집중 소개했다. 싱은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올 가을 전까지는 수입이 괜찮았다. 그간 모은 돈으로 고향 펀자브에 앞마당이 있는 2층짜리 집을 지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4~5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독일인들이 외식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싱이 인도를 떠나온 것은 14년 전, 아내와 아이 둘, 부모를 고향에 남겨두고서였다. 그는 아파트에서 다른 이주노동자 8명과 함께 살고 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고생이 무색하게 고향에 송금하는 돈은 줄었다. 경제위기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농사지을 땅도 없고, 취직할 곳은 더더욱 없다.

그가 부치는 돈으로 살아온 인도 현지의 사정은 더 문제다. 송금되는 돈이 예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펀자브 지역 은행인 알라하바드 은행의 간부 수쳇 싱은 “그간 매달 평균 100만루피(약 2835만원)가량의 돈을 수금했지만, 요즘은 이 액수의 30% 정도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펀자브는 해외로 나가는 노동자들이 특히 많은 지역이어서 경제 전반에 입는 타격이 그만큼 크다. 해외에 체류하는 인도인들 2500만여명 가운데 약 3분의 1이 펀자브 출신이며, 세계 67개국에 펀자브 출신들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두바이 등 중동의 건설 경기가 좋아 이곳으로 유입되는 돈이 많아지면서 신설 은행이 늘었고, 새 집 짓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갑작스레 불어닥친 금융위기에 입는 타격은 그만큼 더 커졌다.

과거 식민지였던 탓에 영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인도인들이 많은 것도 문제가 됐다. 최근 영국의 파운드화가 유로화나 달러화, 인도 루피화에 비해 가치가 폭락하면서 펀자브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지역경제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가족들이 외국에서 벌어오는 돈에 의존해 생계를 꾸리던 지역민들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정환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