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연 현 상황에 대한 사회주의정치연합(준비모임) 입장]                    
  

                전철연은 ‘혁신투쟁’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전철연은 어떤 조직인가?
        
        87년 노동자대투쟁과 함께 성장한 철거민의 대중 조직인 전철연은 국가 공권력과 철거용역깡패의 무자비한 탄압, 건설자본가의 이윤착취에 맞서, 노동자 주거권 요구와 영구임대주택 쟁취를 위해 20년간 투쟁해 온 조직이다.
전철연은 그 전신인 87년 서울시철거민협의회 (서철협) 시절부터 “투쟁하는 철거민이 철거에서 해방된다”는 구호와 함께 줄곧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해왔다. 그간 도시빈민운동 주체 중 상당수는 현재 뉴라이트연합 대표 김진홍 (목사)로 표현되고 있으며, ‘친자본주의’적 시민운동으로 전락한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지난 시기 전철연의 ‘전투적’ 비타협적 투쟁은 노동자민중진영의 연대투쟁에 귀감이 된 바 있다.
특히 재개발 지역 철거현장에서 포크레인과 망치, 해머로 중무장한 철거깡패와 경찰에 둘러싸인 채, 골리앗(철거지역 망루탑)에서, 철거민 여성노동자가 우는 어린아이에게 젖병을 물리면서 외치던 “강제철거 중단! 가수용단지, 영구임대 쟁취!” 구호는 수많은 청년학생들과 노동자민중진영으로 하여금 재개발지역 철거반대투쟁으로 뛰어들게 하였다. 지금도 해마다 투쟁사업장, 해고자, 학생, 철거민이 함께 줄곧 노빈학 연대투쟁을 벌여왔다.


                                전철연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지하다시피, 재개발지역 철거반대투쟁은 도시 공간을 둘러싼 국가 공권력에 기댄 건설자본의 이윤창출과 노동자의 주거요구가 대립하는, ‘계급적대’에 기초한 투쟁이다. 10여 년간 철거민 투쟁에서 몸으로 체득한 전철연이, 강령에서 밝히고 있는, “토지․ 주택에 대한 상품화를 근절하기 위한 영구임대 쟁취” 투쟁은 노동자민중의 안정된 주거권 확보를 위한 ‘반시장’적 반자본주의 투쟁이다. 이러한 입장은 철거민 스스로가 집회 장소에서 일상적으로 외치는 ‘상징적’ 구호인 “자본가 정권 박살내고 민중권력 쟁취하자!”와 일치한다. 전철연은 실제 돈암동, 청량리 등지에서 임대아파트를 쟁취한 바 있으며, 서철협 시절에는 대단위 영구임대 아파트를 쟁취해, 건설자본에게 타격을 줬다. 그러나, 최근 몇 년에 걸쳐, 전철연은 기존에 주장하던 영구임대 쟁취 목소리는 사라진지 오래다. 전철연은 소자영업자에 기반한 상가 세입자 ‘철거 일반에 반대’하는 투쟁 활동만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허울 좋은 환경 친화를 내세운 신개발주의 등장  

        그렇다면 과연 도시재개발 정책은 사라지고,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가 다수인 ‘주거 세입자’들은 사라진 것인가? 과거 도시재개발사업이 판자촌․ 달동네 등 무허가 불량주택지구, 재개발 건축 위주 사업이었다면, 최근 도시재개발사업은, 서울시가 밝히듯이, 허울 좋은 환경친화를 내세우고 신개발주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뉴타운 지구 설정, 강북의 제2타워팰리스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사회 양극화에 따른 노동자 주거권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로또 복권’으로 비유되는 판교 주택 청약을 선전하는 자본가 언론과 당첨만 되면 최소한 ‘순이익이 몇 억은 보장된다’는 정부관계자의 선동을 들어보라!
다시 한번 묻는다. 전철연은 어떤 조직인가?
전철연은 자신이 줄곧 주장해 온 주거세입자 투쟁과 전체 무주택자를 향한 영구임대주택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가?

                        전철연 중앙위원회 이후 논쟁의 본질  

         지난 2월 11일 11기 상하반기 중앙위원회 이후 전철연과 전철연 비대위 양측의 ‘논쟁’은, 노동자민중진영에게 혼란스럽게 비춰지고 있다. 마치 단순한 전철연 중앙집행부 성원 내부 갈등에 의한 ‘의장 사퇴’, ‘개인 책임’ 공방처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철연 11기 중앙위원회 이후 전철연 논쟁의 본질적 문제는 ‘철거투쟁의 전략적 활동기조’와 전철연 활동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통한 ‘전철연 정체성’ 확보에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우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철연 논쟁에 주목하고 입장을 밝히는 것은, 노동자민중연대투쟁의 중요한 주체인 전철연에 대해, 그간 연대투쟁을 한 주체로서, 전철연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함께 철거민운동의 혁신투쟁을 지지하기 위함이다.
                          

                         전철연의 무원칙성과 상가세입자 가입  

        현재 전철연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 중심의 상가세입자대책위원회다. 상가세입자 대책위는, 일시적인 격렬한 철거반대투쟁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그 속성상 영업권, 상권형성, 권리금, 보상금 확보를 위한 목표로 움직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본의 가치증식’을 위한 행위 일뿐이다. 설령 그것이 영세상가세입자일지라도, 전철연의 주요 활동 목표인 ‘주거세입자’ 주거권 확보투쟁과 영구임대주택 쟁취, 지역노조 건설과 관계가 없다. 있다면, 철거에 반대한다는 ‘추상적인’ 원칙이 있을 뿐이다. 상가세입자 철거반대 투쟁연대와 전철연 가입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나 전철연이 무원칙하게 자영업 상가세입자 대책위를 계속해서 받아들인다면, 강령을 바꿔야 한다. 이번 기회에 명칭도 바꿔야 한다. 전국상가세입자대책위원회로.
                  
                        누가, 전철연 이적행위를 하고 있는가?

        최근 전철연 남경남 의장은 <‘양해동’에 답한다>라는 글을 통해, 전철연의 혁신투쟁을 선도하는 전철연 비대위를, 한 개인에 의한 배후 조정으로 축소 왜곡하고 있다. 또한 이 글에서 중앙위원회 형식적 절차 (중앙위원 전체35명 중앙위원 찬성12명 반대8명 기권2명 불참13명)에 의해 선출된 의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먼저 논쟁의 시발이 된, 사실규명 차원에서 전철연 중앙위원회를 돌이켜보자.
무엇보다 11기 중앙위원회는 그간에 전철연 활동방식에 대한 잠재된 평가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재정지출 회계 방식, 수청동 철거투쟁에 대한 상반된 평가, 철거용역과 합의, 상가세입자 투쟁에 대한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이후 전철연 활동전반을 책임지는 12기 의장 선출은 내부투쟁의 최고 ‘정점’에 도달했다. 처음으로 의장에 추천된 고천만 부의장 (전철연 비대위측)은, 남경남 의장이 재추천되자, 전철연 활동정신에 위배되는 자와 함께 할 수 없다며, 중앙위원회 장소에서 퇴장했다. 그러자 그간 전철연을 이끌었던 남경남 전의장 입에서 믿기 어려운 놀라운 ‘사실 고백’이 이어졌다.

“본인은 애초 전철연이 지역노조를 만드는 시점에서 전철연에서 갈라설려고 했는데, 그 시기가 지금 온 것 같다”.    
                  
그간 강제철거 반대투쟁 승리를 통한 가수용단지 입주 이후 철대위 주민들은 수동적인 소시민으로 살면서, 아파트 입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철연은 그간의 철거민 투쟁을 반성적으로 검토하면서, 가수용 단지 입주 이후 철거민들의 조직적인 모색을 지역노조 건설투쟁로 확정한 바 있다.
전철연 남경남 의장의 발언은 전철연 중앙위원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논의한 결정사항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전철연 측에서 전철연 비대위를 비판하는 주요 근거인 ‘전철연 분열세력’이라는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또한 중앙위원회 바로 이틀 후,  ‘신속하게’ 상가세입자 수 십명을 동원해, 전철연 간부를 폭행하고 ‘전철연 사무실 계약서’와 전철연/서철협 자료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전철연 사무실을 뒤졌다. 심지어 수원에 있는 부의장 간부 집에 쳐들어 간 사실은, 사전에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누가 전철연 이적행위를 하고 있는가?  
        
                     전철연은 노동계급운동의 투쟁주체로 나서야 한다.
  
        현재 전철연은 분명 위기다. 그것의 원인은 적들의 탄압이 아니라, 내부 주체 혼란에 기인한 것이다. 충분한 상황공유와 민주적 토론이 없이, 특정 간부의 지시에 움직이고 동원되는, 수직적인 조직운영 방식에 있다. 더욱 문제는, 이것이 구조화 돼서, 철거민 다수가 이것에 길들여져 ‘수동화’ 돼 있다는 점이다. 수청동 투쟁은 대표적인 사례다. 전철연의 혁신적인 내부투쟁은 몇 명의 개인을 갈아치우는 것에 있지 않다. 철거민 운동의 주체가 계급운동의 새로운 투쟁주체로 바뀌어야 한다.
오늘 우리사회는 더욱 사회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계급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빈민운동’ 틀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철연은 노동자 계급투쟁의 한 주체로서 분명하게 자각하고, 전체 노동계급운동의 변혁적 전망 속에서 투쟁해야 한다. 전철연은 상가세입자의 ‘협소한’ 철거반대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노동자민중의 주거권 확보와 토지 주택의 상품화 근절을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외국의 빈집 주택점거운동 사례에 보듯이, 철거민의 공세적이고 ‘능동적’인 투쟁이 요구된다. 전체 노동계급운동 투쟁과 함께, 전철연은 이제 다시 계급적대에 기초한 투쟁을 바로 시작해야 한다.

                                 2006년 4월 1일
                           사회주의정치연합 (준비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