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출입국관리법 개악 중단을”

기사일자 : 2007-12-31    9 면
26일째 농성 이주노동자 토르너 림부씨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71231009007

“새해 소망요? 탄압이 지금보다 더 심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제발 출입국관리법 개악을 중단해 주세요.” 3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농성중인 서울·경기·인천이주노조 토르너 림부(38·네팔) 위원장 직무대행을 만났다. 이주노조 인정 판결 이행과 출입국관리법 개정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지 26일째.
  

▲ 서울·경기·인천이주노조 토르너 림부(오른쪽 첫번째) 위원장 직무대행이 30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출입국관리법 개악 중단을 위해 26일째 함께 농성 중인 동료들과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주노동자 노동력 한국사회에 필요

노무현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크게 실망해 대선을 관심있게 지켜봤다는 림부는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새 정부가 이주노동자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면서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고, 피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3남4녀 중 장남인 그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대학을 중도포기하고 1992년 한국에 왔다. 그때만 해도 15년 동안 고향 땅을 못 밟게 될 줄은 몰랐다.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쉬지 않고 일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30여만원. 관광비자로 입국한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일자리를 잃기 일쑤였다. 서울과 대구, 부천, 안양, 안산을 떠돌며 한국인들이 꺼리는 업종에서만 일했지만 고단한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2003년부터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에 돈 한푼 보내지 못했다.

그는 “2004년 명동성당 농성장에서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네팔에서 온 친구에게 들었다.”면서 “숨을 거두시기 전까지 제 이름을 부르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단속을 피해 도망다니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2005년 5월 90여명이 모여 설립한 이주노조의 회계감사를 맡았다. 이주노조 활동이 알려지면서 일자리와는 더 멀어졌다. 지난달 27일 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국장이 붙잡히면서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유엔사무총장 배출국이 영장없이 단속

림부는 “지난 2월 서울고법이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해도 임금에 의해 생활하는 이상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노동부는 대법원에 상소했고, 법무부는 표적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법무부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불심검문 강화를 골자로 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는 “어차피 지금도 영장을 보여주지 않고 단속하고 있다.”면서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서 영장도 없이 사람을 잡아가는 법이 생긴다면 다른 나라에서 한국을 어떻게 볼까….”라고 반문했다.

글 임일영 장형우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