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들 숙소 ‘화약고’

컨테이너 쪽방에 조리기구등 인화물질 가득 차
소화기 조차 없는데 밖에서 문 걸어 잠그기도

2008-11-26 20:06


겨울철 화재의 위험 속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적당한 거처 없이 업체들이 임시로 마련한 컨테이너 숙소 안에서 이들은 전열기와 간이 조리 기구 등 인화물질을 가득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컨테이너 기숙사는 언제 불타오를지 모르는 화약고와 다름없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던 한 기업체 대표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하고, 야반도주를 못하도록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쪽방만한 컨테이너 안에서 숙식 해결

소규모 공장들이 민가보다 많은 경기 화성시 팔탄면, 비봉면, 봉담읍 일대의 공장에는 마당 한쪽에 길이 5~6m, 폭 2m 남짓한 컨테이너박스가 2, 3개씩 쌓여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팔탄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하는 것들”이라며 “이런 컨테이너 기숙사가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고 말했다.

“일반주택이나 원룸에서 생활하려면 숙박비가 만만찮을뿐더러 외국인 노동자들을 반겨주는 곳도 찾기 어렵다”는 게 컨테이너 기숙사가 난립하는 이유다.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수원대학교 후문 일대.

약 10㎡쯤 돼 보이는 컨테이너 30여개가 곳곳에 있다.

창고용이 아니라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묵는 기숙사들이다.

주방용품 전문업체로 유명한 C업체 화성공장.

근방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이 공장 한쪽에는 컨테이너 상자 3개가 2층으로 쌓여 있다.

문에는 ‘숙소’란 푯말이 붙어있고 옷과 신발이 널려 있다.

팔탄면 구정리의 D전자도 5개의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 올려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여다본 실내에는 TV와 옷가지와 전기장판, 휴대용 가스렌지 등 간단한 조리 기구가 놓여 있다.

◇화재에 무방비, 밖에서 문 걸어 잠그기도

지난 1999년 6월30일 23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씨랜드 화재참사가 일어난 곳은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건물이었다.

지난 24일 화성시 동탄면에서 발생한 몽골인 2명 화재 사망사고도 컨테이너 안에서 전열기구가 전기합선을 일으킨 게 원인이었다.

화재에 취약한 만큼 소방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북양동의 P기계는 컨테이너 4개를 2층으로 쌓아올려 컨테이너 한 개당 2~3개씩 방을 만들고 이를 숙소와 식당으
로 사용하고 있다. 컨테이너 주변에 취사용 LPG가스통도 눈에 띈다.

일부 컨테이너는 천정이 갈라져 불이 잘 붙는 스티로폼 벽면재로 지붕을 얹었다.

내부를 칸막이로 나누고 창문에 쇠창살을 덧대어 화재가 발생해도 즉시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주변에는 소화기조차 없었다.

팔탄면의 C공장과 D전자, 봉담읍의 S산업, S테크, 안녕동 S정밀 등 이날 확인한 공장 모두 컨테이너 기숙사에 소화시설을 갖추지 않았다.

몰래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공장에서는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감금행위도 이뤄진다.

화성시 안녕동의 Y업체 대표 L씨는 “불법체류자 숙소는 법무부의 단속을 피해 은밀한 곳에 마련한다”며 “밤에 도망갈 수 있고, 단속반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밤에는 밖에서 자물쇠를 걸어 잠그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그 실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불법체류자와 고용주간의 합의 속에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