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 사상 첫 국감 증언 “월 320~330시간 살인적 노동”
김한솔·박철응·심진용 기자 hansol@kyunghyang.com
  • 글자크기
  •  
  •  
  •  
  • l
  •  
  •  
  • l
  •  
  •  
  • l
  •  
  • 복사하기
ㆍ법원서 허가한 노조 노동부 6년간 불인정
ㆍ고용주 허락 없이는 사업장 변경도 못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 헌정 사상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살인적인 노동시간 등에 대해 증언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캄보디아인 딴 쏘푼(34)은 “한 달에 320~330시간을 근무했다”고 말했다. 법정 근로시간의 두 배가량을 일하고 있는 셈이다. 우다야 라이는 “지난 2007년 서울고등법원이 외국인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법원이 판결했는데도 노동부는 6년째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딴 소푼(왼쪽)과 우다야 라이(맨 오른쪽)가 14일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정지윤기자


■ “한 달에 330시간 일하고 90만원”

딴 쏘푼과 꼬이 한(32)은 지난해 6월 초 돈을 벌기 위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을 찾은 뒤 전남 담양의 한 야채농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들은 올해 6월 중순까지 1년여간 하루에 12시간씩, 많게는 15시간씩 일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월 330시간을 일했다. 

그러나 딴 쏘푼과 꼬이 한에게 지급된 임금은 월 90만원. 시간당 2700여원을 받고 일한 셈이다. 지난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4580원이었으므로 최저 임금의 60%에도 못 미친다.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은 반복됐고 급기야 지난 6월 농장주는 별다른 이유 없이 “일 못하면 캄보디아에 가라”며 이들을 해고했다. 

딴 쏘푼은 지난 6월18일,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인 ‘지구별 정류장’의 도움으로 광주시 고용노동청과 광주고용센터에 농장주를 상대로 한 최저임금법 위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서 “딴 쏘푼은 470여만원, 꼬이 한은 총 43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고용노동청은 2개월간의 조사 끝에 딴 쏘푼은 41만원, 꼬이 한은 40만원만 인정했다. 조사 과정에서 딴 쏘푼이 제출한 자필 근무일지, 근로 동영상, 사진 등은 근로시간을 산출하는 증거로 인정되지 못했다. 

지구별 정류장 관계자는 “2개월간의 조사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을 통한 조사는 단 1회뿐이었고, 그 조사도 제대로 된 통역자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해당 농장주는 “첫 석 달간은 수습 개념으로 90만원씩 줬는데, 잘 몰라서 실수를 했다. 이후에 그에 해당하는 금액 40만원 정도를 더 넣어줬다”며 “하루에 8시간 정도 일을 시켰다”고 해명했다. 

■ 고용주 허락 없이 사업장 못 바꿔 

광주고용센터는 딴 쏘푼 등이 다른 농장에서 일을 계속하기 위해 신청한 ‘사업장 변경’을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 사업장 변경을 하기 위해선 사업주와의 합의가 있거나, 노동부 고시에 따른 고용센터의 직권에 의한 사업장 변경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딴 쏘푼 등은 두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노동부의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 고시’를 보면, ‘2개월분의 임금을 전액 지급받지 못하거나 임금의 30% 이상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2개월 이상일 경우’에 한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그런데 해당 농장주가 ‘사업장 이탈’ 신고를 하면서 딴 쏘푼은 취업자격비자마저 상실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딴 소푼이 지난 1년간 겪은 일들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보편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면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을 허가해야 하고 근로조건과 인권실태를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는 농·축산업을 외국인 고용허가 업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