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장! 조형사!" 전북 불법 체류자 등친 '짝퉁 투캅스'

무전기와 수갑을 휴대하는 등 경찰관을 사칭하며 불법체류자들에게 접근해 금품을 뜯어 낸 '짝퉁 투캅스'가 진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교도소 동기인 조 모(27)씨와 배 모(51)씨가 전북 익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대전 언니집으로 가던 베트남 여성 A씨(25)에게 접근한 것은 지난 3월 12일 낮 2시 30분쯤.

조씨 등은 갑자기 A씨에게 다가와 무전기와 수갑 등을 보여주는 등 경찰관 행세를 하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A씨가 신분증을 제시하자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조씨 등은 곧바로 전략을 바꿔 대전으로 가는 KTX 기차표를 구입해 주는 등 친절을 베풀며 환심을 샀다.

이어 이들은 A씨에게 "베트남으로 돌아가려면 달러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면 지금 당장 한국 돈을 달러로 환전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상대가 경찰이라는 점에 마음을 놓은 A씨는 역 근처 금융기관 두 곳을 돌며 380만원을 인출해 '친절한 경찰 아저씨'들에게 넘겨 줬다.

A씨에게 돈을 넘겨받은 조씨 등은 "곧바로 달러로 환전해 통장에 입금해 주겠다"고 속여 A씨를 기차에 태워보낸 뒤 그대로 줄행랑을 놓았다.

조씨 등은 또 지난 2월 3일 오후에도 익산 터미널에서 불법체류자 두 명에게 접근해 같은 수법으로 경찰 행세를 하며 "출입국 관리소에 인계하겠다"고 협박해 현장에서 50만원을 뜯어내는 등 두 차례에 걸쳐 70만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전주 교도소 동기들로 지난해 5월과 7월에 각각 출소한 뒤 범행을 모의했으며, 특히 올해 나이 51세인 배씨는 살인과 성폭력 등의 혐의로 인생의 절반 가량인 24년간을 교도소에서 복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휴대하고 다닌 무전기는 한 교회에서 훔쳤고 수갑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범행기간인 2월부터 3월까지 이들은 버스 터미널을 돌면서 서로를 "배반장", "조형사"라 부르며 계속 경찰 행세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씨 등을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으며 이들이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