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소 단속 피하다 이주 노동자 2층서 추락사
 정환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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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명은 강제출국… 인권단체 “반인권적 단속권 남용”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의 단속을 피하려던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건물 2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가산동 ㅈ의류공장 2층에서 뛰어내린 베트남인 찐 꽁 꾸안(35)이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일 오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찐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공장 창문 밖으로 탈출하려다 4m 높이의 2층 창틀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업장에 함께 있던 베트남 노동자 2명은 붙잡혀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고, 이 중 1명은 강제출국 조치됐다.

2002년 8월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찐씨는 지난해 8월 베트남인 응웬 티 란(26)과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고, 현재 생후 4개월된 아이를 두고 있다. 부인 응웬씨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앞으로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 모두 미등록 신분이어서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는데, 하루빨리 베트남에 있는 남편 친족이 한국에 와 장례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치르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찐씨는 병원으로 호송된 이후에도 보증을 서 줄 사람이 없어 입원수속조차 밟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 출입국관리소, 고용주 등 어느 누구도 보증을 꺼렸다. 베트남에 있는 가족이 한국땅을 밟기 위해서는 사망진단서가 필요한데 병원은 정식입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진단서 발급을 거부했다. 다행히 3일 오후 의류공장 대표 고모씨가 병원비 380여만원을 지급하면서 문제는 해결됐다. 고씨는 “산재보험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보험금 지급 여부는 심사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인권단체는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수 있는 베트남인 동료가 강제출국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불법 체류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이 있다는 제보에 따라 단속을 나갔다”며 “적법한 절차를 밟았고 단속 과정에서 특별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우발적 사고였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반인권적 단속 만능주의가 젊은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5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정부의 무차별적 단속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