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무너진 '코리안 드림'
임금체불. 폭행 여전...노동복지.인권 사각지대
2010년 03월 09일 (화)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일을 못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외국인노동자들이 인권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해 이들이 꿈꿨던 ‘코리안 드림’이 무너지고 있다.

“임금을 달랬더니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중국인 선원인 P씨는 지금도 어선을 타고 있지만 2년 전 받지 못한 임금 580만원 때문에 관계당국에 사건을 접수했다.

당초 배를 탈 때 계약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고, 지금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온 한 선원은 뱃일이 서툴다는 이유로 선상에서 동료 외국인 선원들로부터 손찌검과 욕설을 듣는 수모를 겪었다.

이전에도 선상 폭력을 견디지 못한 중국인 선원 5명이 배에서 무단이탈한 사건이 발생했다.

8일 제주이주민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노동자 고충처리 상담결과, 총 432건이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업무 부적응에 따른 사업장 이동이 66명(15.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금체불 64명(14.8%), 폭행 피해 39명(9%) 등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아파도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19명이 의료상담을 요청했고, 퇴직금 미지급 11명, 부당해고도 10명 이르렀다.

노동복지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외국인노동자의 국적을 보면 인도네시아가 99명(2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 91명(21%), 베트남 88명(20%), 태국 72명(17%), 스리랑카 21명(5%) 등의 순을 보였다.

특히 3D업종으로 꼽히는 뱃일을 하려는 내국인들이 없다보니 그 자리를 외국인 선원들이 채우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상담소나 복지회관 등이 없어 열악한 근무환경과 함께 인권침해에 노출되고 있다.

더구나 200여 명의 외국인 선원들이 머물고 있는 추자도에는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무해 조업이 없는 날 무리를 지어 길을 배회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해마다 증가하는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지원과 복지에 손을 놓으면서 이들은 자신을 선원으로 보낸 송출회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제주이주민센터 관계자는 “외국인노동자는 이주여성과 달리 정착하지 않고 언젠가는 고국으로 돌아갈 것인데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국위 선양을 위해선 이들을 인정하고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내 외국인노동자는 1694명으로 직종별로는 선원이 538명(32%)으로 가장 많다. 이어 양식장 448명(26%), 농축산업 320명(19%), 제조업 204명(12%), 기타 184명(11%) 순이다.
<좌동철 기자>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