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성폭력 대책위는 노동자연대 비방을 중단해야 한다

노동자연대는 2년 전부터 어떤 터무니없는 중상 비방을 당해 왔다. 노동자연대(당시 단체명은 노동자연대 다함께)가 “성폭력” 가해자인 회원 하나를 비호하고, 이를 위해 피해자를 모욕하고 심지어 피해자에게 불리한 위증을 조직하는 등 추가적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노동자연대는 이런 비방을 무시하고 참아 왔다.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일에 심각하게 대처할수록 종파적 아귀다툼에 말려드는 꼴밖에 안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 옹호 단체를 자처하는 개인들이 ‘기호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페이스북 그룹에 노동자연대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고 있으므로 더는 이 문제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슨 일인지 되도록 간단히 요약해 보고자 한다. 

1. 2011년 7월, 회원이 아닌 대학생 이모군이 회원인 ㅇㅕ대생 A에게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여 준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 

2. 그때 그 방에 회원인 남학생 정아무가 있었고, 그는 이 일을 방관하고 있었다(법원 판결).

3. 1년 4개월 뒤, A가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호소를 하기 시작했다.(그 당시에 A는 더는 노동자연대 회원이 아니었다.) 쟁점은 정아무가 “성폭력” 공범이라는 것이었다. 또, 노동자연대가 사건을 방임했다며 “성폭력 가해단체”로 지목했다.

4. 그제야 비로소 사건을 인지한 노동자연대 운영위원회(이하 노연운위)는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려 했다. 하지만 정아무가 성희롱 공범이라는 증거가 불충분해, 노연운위는 분명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리고 ‘노동자연대∙대학문화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전신인 A지지모임은 정아무가 “성폭력” 가해자라는 자신들의 주장에 무조건 동의하지 않으면 2차 가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이들과 만나 진상을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5. 시립대 대학문화 조** 대표의 사례는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A지지모임은 조대표가 (사건 당사자가 아니고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도) 사과했지만, 사과문에 ‘명백한 성폭력이었다’는 문구 추가를 강요했다. 조** 대표는 진상을 확신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했으나 피해자 측이 입장 표명까지 2차 가해로 몬다’는 입장서를 게시했다.

6. 노연운위가 확실한 판단을 못 내리고 있는 사이에 ‘A지지모임’과 정아무가 인터넷 상에서 언쟁을 하다가 마침내 서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7. 노연운위는 처음에 소송을 반대했지만(정아무 대리인의 2013년 2월 22일 노동당 당원 게시판 글을 보라), 일단 소송이 제기된 이상 노연운위는 송사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면 그것을 기초로 단체의 공식 기구인 ‘규율과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위)가 평결을 할 것을 기대했다. 분쟁위는 합의제이므로 판결이 아니라 평결을 내놓는다. 

8.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린 것 자체가 비운동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재판은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는 게 아니었다. 성희롱 공범 혐의가 제기된 한 남성이 자기의 결백을 입증하겠다며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으로, 일종의 진실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9. 이와 관련해, 성폭력을 지나치게 광범하고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피해야 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성폭력은 “성적인 행위로 남에게 육체적 손상 및 정신적•심리적 압박을 주는 물리적 강제력”인 반면, 성희롱은 “여성에게 그의 의사에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일, 또는 그 말이나 행동”이다.

10. 노동자연대는 여성단체들이 나서서 진상 조사 위원회를 구성해 주기를 요청한 바도 있다.(이것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미 노동자연대는 이 사건이 공개된 첫 날부터 성폭력 2차 가해 단체로 규정됐으므로, 공정한 해결 주체로 인식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1. 이런 일이 좌절된 뒤, 정아무가 형사소송을 취하한 것을 의심스럽게 여긴 노동자연대 분쟁위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정아무를 성희롱 방조로 징계 처분했다.(그는 징계받고 단체를 탈퇴했다.) 최근 법원도 정아무의 성희롱 방조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정아무가 이아무와 함께 강제로 음란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는” A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판결했다. 

12. 정아무가 민사소송 판결대로 성희롱 방조자일 뿐이라면(이게 잘못이 아니라는 건 아니다), 그를 성폭력범으로 규정하는 건 옳지 않다. 정아무가 성폭력범이 아니고 성희롱 방조자일 뿐이라면, 노동자연대를 성폭력 가해자 비호 단체 또는 성폭력 2차 가해 단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우리는 성희롱 방관 행위도 비호한 바 결코 없고, 오히려 위에서 언급했듯이 분쟁위를 통해 정아무를 징계했다. 

13. 노동자연대를 성폭력 단체, 성폭력범 비호 단체, 성폭력 2차 가해 단체 따위로 규정하는 게 옳지 않다면, 대책위는 우리 단체를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피해 호소인의 명예와 권리만 중요하고 피억압자인 노동자 계급의 운동에 헌신하는 우리 단체의 명예와 권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식이어선 안 된다.

14. 대책위는 법원이 “대학생다함께”가 이 사건 처리에 “미온적이었음이 인정된다”고 한 것을 2차 가해로 아전인수하지 말아야 한다. 대책위도 인정하듯이 A는 노동자연대에 “공식적으로 처리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고”, 징계가 필요할 수 있으니 알려 달라는 동료 회원 이서*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그래서 노연운위는 당시에 사건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15. 피해 호소인과 온라인상에서 언쟁한 두 명의 학생 회원들(정병*과 A의 옛 남자친구 조아무)을 성폭력 2차 가해자로 모는 것도 부적절하다. 물론 이들이 SNS 상에서 개인 프라이버시를 폭로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이에 대해 우리 단체의 문책 조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A가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는 취지로 A와 말다툼을 벌인 건 아니다. 정아무 행동의 강제성 여부를 놓고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 피해 호소인의 주장은 그 진위를 절대로 따져서는 안 되는 모종의 신성한 진리가 아니다.

16. 이와 관련해 피해자 중심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일방주의적이고 무조건적인 방식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인과관계와 사회 상규 및 일반 상식에 비춰볼 때 진술의 구체성, 합리성, 일관성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지고, 거기에 관련 증거나 정황 등이 부합할 경우에 한해, 물증이 없더라도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피해자 진술을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피해자 중심주의의 본뜻이다. 유죄의 분명한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임의적으로 고려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무조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죄의 증거로 고려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17. 백보 양보해 설사 온라인 언쟁자들이 성폭력 2차 가해자라 해도,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속한 단체가 자동으로 성폭력 2차 가해자가 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초기 대응 과정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정아무를 분명하게 성희롱 방관 또는 방조 혐의로 징계를 내리지 못한 것은 우리도 아쉽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단체에 성폭력 단체 또는 성폭력 2차 가해 단체라는 낙인을 찍는 건 부당한 행위다. 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2014년 11월 20일
노동자연대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