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을 범죄자로 보는 경찰청을 규탄한다!
 
 
1. 경찰청은 1월 초 ‘주요 외국인 밀집지역 대상 집중 검문검색 등 치안활동 강화’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수도권 4대 외국인 밀집지역(서울 이태원·대림·가리봉, 안산 원곡동)을 포함한 전국 36개 지역에서 집중 치안활동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 검문검색 강화·기초질서사범 단속, 불법·무질서 근절 ∆ 국제범죄수사대 동원, 외국인폭력배 등 외국인범죄 일제 소탕’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이를 ‘외국인범죄가 사회안전에 대한 ‘잠재적 위협요인’에서 ‘현시적 위협요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이를 위해 ‘1. 10 ~ 1. 26까지 외국인 거동수상자에 대한 검문검색 강화’하고 흉기소지 엄단, 음주소란·무단횡단·오물투기 등 기초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도 병행한다고 하였다. ‘1. 10 ~ 2. 11까지 국제범죄수사대를 활용한 「외국인 폭력배」 등 외국인범죄 집중단속 실시’ 등도 이어진다고 하였다.
 
2. 우리는 이러한 경찰청의 이주민 대상 치안활동 강화가 이주민을 범죄자로 보는 시각을 더욱 강화시키는 인종차별적 조치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청은 외국인범죄가 현시적 위협요인이어서 선제대응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이는 체류이주민이 140만 명을 넘어서는 상황에 따라 증가하는 것이고 범죄율 자체가 내국인에 훨씬 못미친다는 것은 가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강력범죄가 선정적으로 보도되어 이주민 일반에 대한 혐오정서를 조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그러한 잘못된 정서를 더욱 키울 우려가 있다. ‘외국인 범죄’라고 범주화하는 것도 문제다. 만약에 한국인 가운데 경기도 지역 출신 조직폭력배가 많다고 한다면 그 지역 사람들을 ‘경기도인’으로 범주화해서 전국에 ‘경기도인 밀집지역’ 집중 검문검색 활동을 강화할 것인가.
 
3. 더욱이 ‘단속된 외국인범죄자들은 법무부(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와 협조, 그 죄질에 따라 강제퇴거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는 부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미등록 체류자’들을 표적으로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즉 집중 검문검색으로 신분증 검사를 통해 비자기간이 초과된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고 경찰은 이들을 출입국사무소로 넘겨 강제출국시키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고 평범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미등록 상태라는 이유로 강제출국을 당하는 것은 인권에 반하는 것이다.
 
경찰청은 ‘치안활동 기간 중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하지만, 한국 법제도를 잘 모르거나 언어가 원활하지 않은 이주민들이 내국인처럼 검문검색을 거부할 권리를 말한다는 것도 어렵거니와 거부를 할 때 경찰이 순순히 보내줄지도 의문이다. 경찰청은 경찰의 소속, 성명을 고지하고 임의동행시 6시간 초과금지 등을 이행하겠다고 하는데, 만약 경찰서로 가자고 할 때 이주민이 임의동행을 거부하면 그것도 내국인에 대해서처럼 순순히 인정해 줄지 의문이다. 경찰력 사용이 용이한 이주민을 타겟으로 삼아 경찰력을 증대할 명분으로 삼는 효과를 노리는 것은 아닌지 또한 의심이 된다. 이는 이주민 만의 문제가 아니다.
 
 
4. 이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특별히 실시하는 강화된 치안활동은 전체 이주민들에게 공포를 유발하는 억압적 효과를 발휘한다. 잠재적 범죄자로 보면서 언제든 잡아갈 수 있으니 끽소리말고 조심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전체 사회구성원이 아니라 이주민에 대해서 특히 음주소란·무단횡단·오물투기까지 집중단속하겠다는 것은 군기를 잡겠다는 것 아닌가. 또한 이런 것까지 포함하는 것은 범죄 건수를 높이려는 꼼수에 다름아니다.
 
범죄는 억압을 강화하고 군기를 잡아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주민들의 범죄가 생기는 것은 사회구조적인 면이 크다. 즉 이주민들이 대부분 하층민으로 고정되어 있고, 임금도 낮고 사업장에서 차별당하며 사회적으로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범죄의 원인인 것이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이나 이주민 관련 단체들은 우선적으로 이주민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사회적인 권리를 차별없이 보장하는 것이 범죄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한다.
 
5. 이주노동자 체불임금이 해마다 200억이 넘어도 언제 한번 공권력이 이주노동자 체불사업주 수사 강화를 한 적이 있는가. 사업장 내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행이 횡행하는데 그것을 뿌리뽑기 위한 집중 조치를 취한 적이 있는가. 산재 발생율과 산재 사망률이 내국인보다 훨씬 높은데 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나선 적이 있는가. 경찰청은 외국인 밀집지역 치안활동 강화가 아니라 인권보호 활동 강화에 나서는 것이 차라리 바람직하지 않은가.
 
인종차별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인권과 노동권을 신장하는 것이 정부 기관의 우선적 임무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2012. 1. 23
이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