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반독재 시위확산, “터질 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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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반독재 시위확산, “터질 게 터졌다”
-진압군인 동원에 한국정부, 기업 개입 의혹도

지난 1월 2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현지의 한 한국 의류 공장 앞에서 군인들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놀란 시민들과 군인들이 뒤엉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여기저기서 군인들을 말리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만 하세요. 그만. 너무 때리시잖아요.”

운집하는 시위대의 모습

다음날인 1월 3일에도 성난 캄보디아 군중들의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시위대는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함께 훈센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위대에게 돌아온 것은 캄보디아 군의 발포였다. 군의 총격으로 5명이 숨지는 등 2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군과 경찰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프놈펜 시내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은 전 세계에 있는 캄보디아 재외국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의 인권광장에서는 훈센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캄보디아 재외국민들의 집회가 열렸고, 같은 날 서울 보신각 앞에서도 1,000여 명의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자국 정부의 유혈진압 중단과 훈센 총리의 하야를 요구했다.

캄보디아의 한국 기업 앞에서 새해 벽두부터 이런 유혈 참극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7월 28일 치러진 캄보디아 총선에서 훈센 총리의 집권당은 재집권에 성공하며 이미 집권 28년차였던 훈센 정부의 임기는 5년이 더 늘어났다.

캄보디아 군중들이 강경진압에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야당인 캄보디아 구국당은 유권자 125만 명의 명단이 사라지는 등 총체적인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주장하며 전국적인 항의 시위에 나섰다. 또한 최저임금 월 80달러를 160달러로 인상해달라는 야당과 노동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시위는 더욱 확대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훈센 정부는 강경진압에 나섰고 지난 2일 시위대가 현지 한국의류업체인 약진통상 앞에 몰려가 노동자들의 시위 동참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마침내 유혈 사태로 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태는 엉뚱하게 전개됐다. 지난 1월 7일, 한 외신을 통해 유혈진압에 한국군이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게 되는데 진압대원의 군복에 태극기가 부착된 것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우리 외교부는 이번 사태에 한국군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정정보도를 요구한 상황.

보신각 앞에서 훈센 총리 하야를 요구하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

그러나 논란은 계속 됐다.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공식 페이스북에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캄보디아군의 진압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 현재 이 글은 삭제됐지만 현지 대사관은 유혈사태 이후 우리 기업 보호차원의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훈센 정부의 장기집권, 부정선거 의혹, 그리고 월 8만원에 불과한 최저임금. 이런 상황이 캄보디아 민중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 여기에 시위대에 대한 군의 발포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공교롭게도 이 와중에 현지 한국 기업과 한국 정부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확산된 것이다.

진상은 아직 정확하게 가려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거리로 나온 캄보디아 국민들이 한결같이 늙은 독재자의 퇴진만이 해답이라고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임신언씨는 이렇게 말한다. “월급 인상 뿐 만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캄보디아에서 훈센 총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훈센 총리가 없어져야 캄보디아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