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26 19:58수정 : 2014.02.27 09:28

왼쪽부터 아마두, 카림, 카스트로.

오늘 고국으로 떠나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무용수들
“뭐든 해결해주겠다고 해놓고…” 홍문종 이사장 원망
‘이주 노조’ 도움에 “그나마 모두 나쁘진 않다고 생각”

“박물관에서 지낸 2년 동안 내 삶이 끊겨버린 느낌이다.”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아프리카 전통춤을 춰온 아마두(32)는 26일 출국을 앞둔 심정을 밝히며 쓰게 웃었다. 그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동료 7명과 함께 고국인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로 27일 저녁 떠난다.

그나마 다행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인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뒤늦게나마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1300여만원씩을 내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본부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과 함께 지난 10일 ‘노예 노동’을 고발한 결과다.(▷ 관련 기사 : 아프리카박물관, 이주노동자 요구 수용…법적 문제는 남아)

아마두는 “돈은 받았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늘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이야길 해도 노예처럼 지낸 열악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카스트로(30)는 박물관에서 지낸 2년을 “자유를 빼앗긴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친구도 사귀지 못했고 혼자 생각할 자유도 못 누렸다. 춤을 추다 다리와 허리를 다쳐 아픈 날에도 쉬지 못하고 온 힘을 다해서 공연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한국은 ‘나쁜 나라’다. 특히 홍문종 이사장을 크게 원망했다. 아마두는 “홍 이사장을 만나 우리 현실을 말한 적이 있다. 뭐든 해결해 주겠다고 했지만, 하루 식비를 4000원으로 1500원 올려준 게 전부였다. 우리의 요구 사항을 영어로 전달했던 똑똑한 친구는 한 달 뒤 한국에서 쫓겨났다. 돌아가면 한국에 절대 가지 말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전통악기 젬베와 둔둔을 연주하는 카림(33)은 “박물관 사람들한테 노예처럼 대우 받으면서 ‘한국 사람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이렇게 ‘한국인’이 굳어졌다.

노예 같은 한국 생활의 끝자락에서 그나마 모든 한국인이 나쁘진 않다는 걸 알았다. 계약이 끝나 무일푼으로 떠나야 했던 이들에게 이주노조 활동가들이 손을 내밀었다. 아마두는 “한국에서 배운 것이라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운 고국에서의 새 삶 역시 희망적이지 않다고 했다. 부양해야 할 대가족이 있고 삶의 여건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아마두는 8명의 가족을, 카스트로는 9명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다들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번 줄 알 텐데, 내가 겪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카스트로는 고개를 떨궜다.

의정부/글·사진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