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상대 ‘과태료 장사’ 하나 [2009.11.27 제787호]  

[딸랑 이거]
사증 연장 기한 빠듯해 과태료 10만원씩 물기 일쑤…
1년 단위 근로계약 종료일과 사증 만료일 같은 게 문제



▣ 임인택  


        



지난 10월29일 이주노동자 조안(28·필리핀)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다. 사증 연장 신청일이 만료일(10월28일)을 넘겨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다. 사나흘을 일해야 버는 돈이다. 아까웠다. 그보단 억울했다. 남자친구 이학철(36)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씨가 말했다. “내가 한국인인 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 고용허가제 실행 5돌을 맞은 지난 8월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용 실태 및 제도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기관마다 서로 다른 안내로 혼선


그날치 기억을 이씨의 설명대로 밟아본다. 조안은 올 추석 즈음 “사증 만료 시점이 다가오니 10월28일 이전에 와서 연장 신청하라”는 안내문을 받는다. 회사의 마지막 근무일도, 사증 만료일도 10월28일로 같았다. 이씨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구체적 절차를 문의했다. “퇴사 이후에 ‘구직등록필증’을 가지고 오면 60일간 체류가 연장된다”고 일러준다.

10월28일까지 일하고 퇴직한 조안은 이튿날 아침 일찍 공장에서 짐도 빼지 않은 채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노동부 산하)로 간다. 절차대로 ‘사업장 변경신고’를 통해 비자 연장 필수서류인 구직등록필증을 뗀다. 그런데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했다.

부정확한 안내부터가 문제였다. ‘퇴사 이후’에 오라는 전화 안내를 곧이곧대로 믿은 탓이다. 이씨는 고용지원센터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진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고용지원센터에선 “퇴직이 안 되면 구직등록필증이 발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10월28일 이전에 갔더라도 비자 연장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진다. “퇴직 이전엔 구직등록필증 발행이 안 된다는데, 비자 만료일 이전에 어떻게 연장 신청을 합니까? 안 되는 걸 당신들이 갖고 오라고 하는 겁니다.”

이는 정확한 사실은 아니었다. 현행 제도상 퇴사 3일 전부터 구직등록필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안내와 홍보가 없다. <한겨레21>이 직접 문의한 결과,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담당자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사업장의 고용변동 신고) 전산 입력 자체가 안 된다”며 “그래서 구직등록필증을 미리 발급하는 게 애초에 안 된다”고 말한다. 반면 안산과 대구의 종합고용지원센터는 “퇴사 3일 전부터 구직필증을 받을 수는 있다”며 “노동자가 (근무일이더라도) 사업장에 잘 말해 직접 가서 연장 신청을 해야지 다른 방법은 없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더 있다. 이런 제도를 알더라도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퇴직일 이전에 손수 비자 연장을 신청할 겨를이 적다는 점이다. 사업주부터 이들의 ‘근무 이탈’을 꺼린다. 당사자 역시 돈벌이를 위해 아파도 출근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고용지원센터는 주말엔 쉰다. 평일 결근을 해야만 가능한 행정 처리를 두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퇴직 전 연장 신청은 비현실적”


외국인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최대 3년의 체류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사업장 계약과 비자 연장은 1년 단위로 갱신한다. 근로계약 종료일이 이달 30일이라면 비자 기간도 11월30일까지다.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안내 부실이든, 평일 결근의 어려움이든 갖가지 요인이 끼어들어, 과태료 10만원을 낼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고법)에 의해 근로계약 기간이 1년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체류 기간을 1년씩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선에선 당국이 인색한 비자 행정으로 범법을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과태료 장사’라는 것이다.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담당자는 “지난달에도 같은 항의를 받았다”며 “노동계약 기간만큼만 비자를 주니까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 실무자도 “만료일이 겹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며 “법무부에서 어떻게 조정해주면 좋은데”라고 말한다.

법무부는 이에 “내년 4월 시행될 개정 외고법과 연계해, 관련 체류허가 규정 등을 마련해 (고용계약 기간보다 체류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의) 반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외고법은 사용자와 외국인 노동자가 취업 기간(3년) 내에서 당사자 간 합의된 기간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할 수 있도록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은 소소하다. 하지만 쌓여 분노가 되고, 결국 이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된다. 이들을 돕는 한국인들의 걱정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