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새 정부 조직개편 '보건복지여성부'는 미봉책, 사회적 약자 더 고려해야
- '여성가족부 폐지' 옳지만, 아마츄어리즘 제동 걸리면 그것만도 적지않은 성과

최종 확정된 새 정부 조직개편안에서 생산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를 통합해 '보건복지여성부'로 재편하기로 한 것은 업무의 성격상 모순적인 측면이 많은 미봉책이지만 주류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을 고려한 부득이한 조처로 풀이된다.

그간 여성부가 태동되고 또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 기실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련의 정략적 배려가 많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른바 개혁세력으로 불리우기 시작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한국여성연합(여연)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압력을 일반 민심 위에 둠으로써 이들이 주도한 성매매 특별법을 통해 주류여성계의 권력화에 날개를 달아 준 바 있다.

결과는 참담했다. 예산을 확보한 여성부는 남성 상대로 성매매 금지주의를 계몽한다며 별 실효성도 없는 퍼포먼스 등을 벌여 세간의 비웃음을 샀으며, 성특법 풍선효과로 성산업을 국내외 전역적인 음성화의 길로 치닫게 자극했고, 그들이 피해여성으로 부르던 성노동자들은 생존권 박탈과 위험에 처하는 역설이 현실로 다가 왔다. 허울좋은 도덕적 명분만 무성할 뿐 국민들의 혈세만 마구 낭비한 것이다.

어쩌면 한국에서 주류여성계의 흥망성쇄는 사이비 민주개혁세력의 부침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에게 '전가의 보도'가 된 성특법을 통과시켜 준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 모두의 책임이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같이 성적인 보수성이 강한 사회에서 의원들이 협박에 굴복한 것은 측은한 후진적 현실의 반영이었다.

사이비 민주개혁세력의 부침과 함께 한 주류여성계 그리고 아이러니한 진보진영

아이러니한 것은 이미 '국가주의 페미니즘'으로 관료화에 젖은 주류여성계의 전횡에 대다수 국내 진보진영조차 침묵하거나 오히려 일정부분 협업의 형태로 나타난 점이다. 만약 진보진영이 '다양한 성격의 여성주의'에 대한 치열한 논쟁으로 이들의 관료화를 저지하려 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다. 심지어 새 정부 조직개편에서 여성가족부를 존치하기 위해 진보적이라는 민주노동당 여성의원들까지 가세한 것은 차라리 해프닝이었다.

'여성'이란 가치는 획일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 예컨데 2006년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여성평등지표인 ‘성·제도·개발(GID)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62개국 가운데 벨기에·네덜란드와 함께 공동 4위로 평가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66%에 불과할 정도로 노동여건이 척박하다. 또 비정규직 사이에서의 고용형태별 임금 격차도 유의미하다. 여기에서는 여성(74.9%) 보다 남성(69.1%)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와 현실은 이렇게 다르다. 우리는 '여성'을 말하되 '빈부양극화'에 신음하는 여성과 남성을 함께 말해야 할 것이다.

사실 '보건복지여성부'란 국제사회에 내놓을 수 없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부서명으로, 다수 네티즌들이 엘리트 여성주의를 비판한 취지의 '여성가족부 폐지'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럼에도 통합된 조직개편으로 인해 주류여성계의 '성주류화 전략'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여성부의 아마츄어리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면 그것만도 적지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는 현 여성부의 무책임한 예산편성과 집행권이 통합조직에서 불식될 수 있는 까닭이다.

앞으로 '보건복지여성부'에서는 아무쪼록 성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기존의 가족개념이 양성은 물론 선진적 수준인 성소수자에서 1인가족까지 폭넓게 적용함으로써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08. 1. 16

한국양성평등연대 (평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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