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09년 컬러풀 대구 다문화축제..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정부는 2007년 5월 17일 제정된 ‘거주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라 거주외국인과 한국인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열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은 ‘세계인의 날’, 그리고 20일을 포함한 일주일을 ‘세계인 주간’으로 정해 각 지역에서 많은 행사를 열도록 하였다.

대구시는 2009년 ‘제2회 세계인의 날(5.20)’을 맞아 5월 24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다문화축제를 연다. 이 다문화축제는 내․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화합․상생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문화의 열풍이다.
어디서든 어떤 행사든 다문화가 들어가지 않으면 행사의 의미가 없는 듯 온통 다문화를 끼워넣고 상품화 시키고 있다. 어린이날 행사에서도 석가탄신일 행사에서도 각 지방 풍물행사에서도 동남아시아 음식먹기, 전통의상입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다양한 다문화축제가 진정 이주민들을 위한 행사인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주민 100만시대 ․ 다문화 ․ 화합과 상생을 외치면서 진정 대한민국 땅에는 이주민/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제도와 정책이 올바르게 되어 있는가?
지난 3월 초, 베트남에서 온 한 이주노동자는 일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되고 미등록이 되는 신분을 두려워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8세의 방글라데시 어린 소년은 미등록의 신분으로 사는 것이 죽음보다 두렵다며 달려오는 전철에 뛰어들어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사지가 절단되었다. 결국 병원에서 치료도중 그 어린 소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베트남에서 온 한 이주여성은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또, 천안에서는 타이출신 이주노동자가 맹장수술시기를 놓쳐 곰팡이 냄새나는 골방에서 차디차게 죽어갔다. 이 이주노동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돈이 없었고, 미등록의 신분이어서 치료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다 결국 그렇게 죽었다.

가난을 피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오는 많은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주여성들은 그렇게 한국정부의 제도-미등록을 양산하는 고용허가제법, 이주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출입국관리법-와 편견과 차별의 시선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삶을 비관한 자살”로 치부된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관용의 나라, 행복의 나라는 그들의 삶이야 어찌되었건, 그들의 생존이야 어찌되었건 상관없이 그저 그들을 위한다는 다문화축제 하나로 모든 것을 덮어둔다.

‘지구촌은 하나’ , ‘이주민/이주노동자들은 우리의 이웃’이라는 거짓부렁의 말들을 미화시키면서 앞에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뒤에서는 쇠몽둥이와 전기봉을 휘두르는 대한민국.
불법체류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그저 체류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대한민국.
과연 이 땅에 인권이라는 것이 있을까?

최소한의 생존, 아니 생존조차도 힘겨운 최저임금도 과분하다며 최저임금마저 삭감하려고 하고 모든 이주노동자를 통제하고 폭력단속을 합법화하기 위해 출입국관리법을 개악하려는 대한민국.
과연 이 땅에 이주노동자의 기본권과 생존권이라는 것이 있을까?

일년에 한번 ‘세계인의 날’이라고 해서 동정과 시혜의 눈길로 치러지는 생색내기식의 다문화 축제를 그들은 원하지 않는다.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

대구시와 정부는 겉으로만 포장된 거짓투성이의 축제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이주노동자/이주민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그들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2009년 5월 20일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 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