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누와 이주노동자 문제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최근 네팔 출신 노동자 미누(본명 미노드 목탄)가 네팔로 추방됐다. 20살에 한국에 와서 18년간 살면서 노동과 노래를 우리에게 선물했던 미누는 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잘했고, 계속 한국에 살고 싶었으나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어 추방되고 만 것이다. 미누의 많은 한국인 친구들과 시민단체가 추방 반대 운동을 펼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몇 년 전 네팔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귀국하지 못했는데, 기어코 원치 않은 귀국을 했다.
우리나라의 법은 이주노동자들에게 3년 이상 국내 체류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국적취득 요건은 5년 이상 계속 거주를 요구한다. 무슨 뜻인가? 한마디로 이주노동자들에게 일은 시키되 한국 국적은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 입장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을 지켜서 3년 이전에 출국한 선의의 외국인과 법을 어긴 불법 체류자 사이에 법의 형평은 있어야 하기에.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으나 어쨌든 개선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이주노동자들은 소위 ‘3D업종’(더럽고,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하는 직종에 종사하므로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부작용 없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해왔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3년이 지나면 우리말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단계인데, 무조건 본국송환이라니 이것은 고용주도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다.

우리도 1960년대 서독에 광부, 간호사를 파견했고, 1970년대 중동에 많은 건설노동자들을 보내지 않았던가.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더 관대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2007년 2월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우리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 비정하고 차별적인 정책을 견지해온 것은 아닐까.

세계 이주노동의 역사를 보면 19세기 말에는 연평균 세계 인구의 10%가 국경을 넘을 정도로 이동이 활발했는데 최근에는 그 규모가 연 1억7000만명 정도로서 세계 인구의 3%에 불과하다. 이것이 19세기 말의 제1차 세계화와 현재 진행중인 제2차 세계화의 큰 차이다. 100년 전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유럽의 빈민들은 미국이라는 신세계에 희망을 품고 대거 대서양을 건넜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에 들어가는 문은 거의 잠겨 버려 과학자, 의사 등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하늘의 별 따기다.

진정한 세계화가 되려면 노동이동은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워야 하고, 외국인 차별은 철폐돼야 한다. 우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리고, 자칫 편협한 인종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미누 사건을 보면서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