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 6년, 우리의 저항은 계속된다!

오늘 3월 20일은 미국이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한 지 6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의 침공과 점령에 맞선 전 세계 민중들의 거센 저항이 계속되어왔고, 또한 이미 2004년에 미국이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라크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이라크 민중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미국의 침공과 점령으로 인해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의 숫자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바탕으로 집계한 것만으로도 95,000명이 넘는다. 언론에 실리지 않은 사망자와 전쟁으로 악화된 위생과 보건 상태로 인한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점령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을 감히 학살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또한, 전쟁으로 파괴된 사회체계와 사회기반시설로 인해 이라크 민중의 생활은 침공을 받기 이 전의 수준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많은 가구가 하루 12시간 이상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 놓여있고, 이라크 정부는 연료와 기술, 시설의 부족으로 필요한 전력량의 50%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08년에 콜레라가 발생한 것에 이어 오염된 물로 인한 질병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32%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하수도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19%뿐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라크의 상황이 이전보다 좋아졌다며 마치 이라크 민중의 생활이 미국의 점령으로 나아진 듯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 민중들에게 선사한 것은 1990년부터 10년에 걸친 경제제재와 1991년과 2003년 두 번의 전쟁, 그리고 그로 인한 삶의 파괴뿐이다. 그리고 지난 27일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발표한 이라크 철군 계획은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 이라크를 점령할 야심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바마가 발표한 계획의 주요 내용은 이라크에 파병되어있는 전투병을 2010년 8월까지 모두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곧 현재의 병력 수준이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이며, 특히 올 가을에 예정되어있는 이라크 총선이 미군의 감시와 통제 하에서 치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은 전투병의 단계적인 철수 이후에도 이라크 군의 훈련과 고문, 대테러 임무 수행, 이라크 내 미국인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5만 명 정도의 병력을 계속 주둔시킬 계획이다. 이 중에는 명목상 임무의 명칭이 변경된, 실제로는 무장한 전투병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들은 이라크 군의 훈련과 지원을 이유로 전투에 참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라크의 치안상황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으며, 오바마와 미 국방부는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자신이 내놓은 철수 계획이 “이라크를 이라크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는 뻔뻔한 수사를 늘어놓았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마치 이라크 전쟁이 끝나가는 단계에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더욱 확고해지고 장기화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주장해 왔듯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1만 7천명의 병력을 증파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 대한 미사일 공습 횟수가 가시적으로 증가하였다. 오바마와 고위 군 관계자들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점차 세계 평화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확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의 전쟁 동맹국들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는 나토 국가들에게 군대를 증파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고, 한국 정부에도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군대 및 점령 지원 인력을 파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6년 동안 이라크에서, 9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침공과 점령에 맞선 민중들의 저항이 얼마나 끈질기게 이어져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점령군과 그의 지원을 받는 꼭두각시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침공과 점령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의지는 한 번도 꺾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침공과 점령에 맞선 민중의 저항이 결국에는 점령을 종식시키고, 민중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의 침공과 점령에 맞선 민중들과 연대하여 점령이 끝날 때까지 함께 싸울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전쟁 동맹국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이라크에 대한 모든 점령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모든 군대를 철수하라!
하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과 점령을 중단하고 모든 군대를 철수하라!
하나. 침공과 점령에 저항하는 민중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2008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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