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붙잡아 ‘다짜고짜 폭행’
단속반원, 코뼈·이 부러뜨리고 발로 밟기도  


  구대선 기자  


  
12일 오전 11시30분 경남 함안군 칠북면 화천리의 한 공장에서 사람들이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가는 것을 본 베트남에서 온 미등록 이주노동자 하이빈(35)은 엄청난 사고가 일어난 것 같아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목덜미를 붙잡더니 얼굴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하이빈은 30여 차례에 걸쳐 얼굴을 맞은 뒤 결국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는 의식을 잃은 채 피범벅이 된 얼굴을 휴지로 닦고는 차에 실려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실려 갔다.
“친구가 근무하는 공장을 방문했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하이빈은 현재 코뼈와 이빨 2개가 부러진 채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13일부터 대구 달서구 본리동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에 머물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에게 맞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단속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 오후 4시 경남 김해시 한림면의 한 사업장에도 갑자기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들이닥쳐 중국인 미등록 노동자 비영강을 붙잡아 두 손에 수갑을 채웠다. 비영강은 수갑이 채워진 채로 넘어져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에서 건장한 체격의 단속반원들이 발로 밟았다고 말했다. 비양강은 왼쪽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에 앞장서 온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는 “1일부터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일제단속이 펼쳐진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폭행과 폭언이 저질러지고 있다”며 “도 외국인 노동자를 폭행한 관계자들을 형사고발하는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