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불법체류 합법화가 한국에 득"

  방글라데시 출신 `미르' 씨의 호소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사장님은 우리가 일한 것으로 돈 더 많이 벌어가니까, 벌금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어차피 다른 나라 사람들 데려다 쓸 바에는 차라리 우리를 쓰는 게 나아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인 미르(29.가명) 씨는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집중적으로 단속하자 밖에 나가지도 못한 채 공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며 "힘들게 살고 있다"고 19일 말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8년 전 한국에 온 그는 처음 5년 간은 산업연수생 신분이었으나 이후 귀국하지 않아 불법체류 신분이 됐다. 종이 상자를 만드는 기술을 익혀 잔업 수당을 포함, 한 달에 약 150만 원을 받는다. 하루에 11-12시간씩 일한 대가다.

   최근 불법 체류자에 대한 정부의 합동 단속 탓에 밖에는 아예 나갈 생각도 못한다. "친구들 만나기도 어렵고, 전화 통화만 하고 지냅니다. 공장에서 밥을 해먹고, 잠도 해결하며 지냅니다. 아예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신갈 공장에서 1년 가량 일한 그는 "가족과 연락은 전화 카드를 사서 연락하고, 월급은 방글라데시의 가족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송금한다"고 생활을 소개했다.

   미르 씨는 단속되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에 "잡히면...돌아가야지... 할 수 없다"면서 "아직 방글라데시에 살 집도 다 만들지(짓지) 못했다. 2-3년만 더 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뜸 "우리는 돈을 벌려고 온 것이 아니다"고 서두를 꺼내고 나서 "우리는 먹고 살려고 온 것이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형과 동생, 사촌들이 학교에 가야하고, 가족이 먹고살아야 하기에 (내가) 온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냐. 그러니 (불법체류자를 쓰다 적발돼 무는) 벌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우리를 단속해 추방한 다음에 다른 나라 사람들을 계속 데려다 쓸 것이라면 한국말도 잘하고, 일도 익숙한 우리를 쓰는 게 낫다. 그러니까 불법 체류자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일하지 않는다. 부장님이나 과장님, 차장님은 일을 안 한다"며 "우리가 일하니까 한국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은 우리가 필요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불법체류 신분이라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친구들이 많다. 한국 사람들이 말로는 돈을 준다 해놓고 제때 돈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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