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마 강 앰네스티 동아시아조사관
| 기사입력 2009-10-25 08:00



"한국정부는 자신이 비준한 국제규약 국내법 지켜야"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이주 노동자 노조를 허용하라는 권고는 절대 과하지 않습니다. 한국이 비준한 각종 국제 노동 관련 규약과 국내법 등을 지키라는 게 권고의 요점입니다."

노마 강 무이코(42)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25일 "지난 2007년 이주노조 설립을 허가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노동부가 불복, 항소한 사실이야말로 차별이자 노동 기본권 침해 행위"라며 "그런 이유로 우리는 표적 단속된 7명의 이주노조 관계자를 양심수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마 강 조사관은 작년 7월 한국에 와 이주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경기도 마석과 안산의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단속 현장을 방문하는 등 이주 노동자 실태를 파악했다. 촛불 집회에도 참가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일 기자 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가 유엔(UN)이나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을 지킬 것과 고용허가제 개선방안, 출입국사무소와 외국인보호소 개선 방안 등 34개 항의 권고를 담은 '일회용 노동자: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상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금은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다.

다음은 이메일과 전화 통화로 이뤄진 인터뷰 일문일답.

--보고서에서 이주 노동자의 고용 허가제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펴보는 것이다. 예컨대 직업 교육이라든가, 건강 및 작업장 안전 여부, 임금 체불, 일터에서 차별 등이다. 그러려면 의사소통이 원활하도록 통역 서비스부터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세 차례로 제한한) 작업장 변경 횟수를 폐지해야 한다.

또 이주 노동자들이 쉽게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사법 체계를 갖춰야 하고, 고용 허가제를 위반하는 한국인 고용주도 즉각적이고, 철저하게 처벌해야 한다.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에 이주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허용하라고 한 권고는 지나친 게 아닌가

▲우리가 권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국내법과 이미 비준한 국제 협약을 제대로 지키라는 것뿐이다. 물론 권고안에는 시급히 해야 할 일과 중장기적 과제가 섞여 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이주노조를 허용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 노동부가 서울 고법에 항소한 것은 정말 차별적이자, 노조 허용을 인정하는 국제 협약을 침해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한국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다음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사회권규약 위원회가 보고서를 청취한다. 나 역시 여러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과 함께 회의에 참석,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 위원회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상황을 독자적으로 판단,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다.

--보고서 제목에 '일회용'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주 노동자의 체류를 무한히 허용하라는 뜻인가.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주 노동자의 체류를 장기간, 나아가 영구히 허용한다면 이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정부가 고용허가제에서 스스로 정한 규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라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 한국에서 18년간 머문 네팔인 미누가 불법 체류로 잡혔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누가 오랫동안 머물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한국어에 능숙하고,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됐다. 인도적 차원에서 개입은 환영할 일이다. 미누의 신분이 합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가 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이 아닌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그를) 체포해 구금하는 것부터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맨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그가 공연이나 문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표적 단속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연예 비자로 들어온 여성 이주노동자가 인신매매됐다고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이는 인권 문제가 아닌 범죄행위다.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가.

▲여러 피해자 인터뷰와 NGO 관계자들의 증언이 있다. 유엔이 정한 '인신매매 규정'(Trafficking Protocol)에 따라 정의했다. 여성 이주노동자 대여섯 명(several)이 인신매매돼 성 노동자로 착취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불법체류) 노동자 자녀가 교육받을 권리, 의료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유엔 아동인권 협약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등록이든, 합법 이주노동자의 자녀이든 따지지 말고 교육과 의료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한국은 아동의 이익을 우선으로 보호하고 보장해야 한다. 아동권은 현행 이주 관련 법 규정에 우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곧바로 유엔 아동협약을 어기는 것이다.

--보고서를 완성했으니 이제 한국과 인연은 끝나는가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 앞으로 2-3년 간 더 활동할 것이다. 내가 맡은 지역이 남북한과 일본, 몽골 등인 만큼 인연이 다한 것은 아니다.

<한국 앰네스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