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운동이 엄혹했던 시기에도 노동조합의 위원장과 사무국장 그리고 한 지역의 지부장이 동시에 연행되었던 적은 없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도 그러지는 않았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이주노동자들은 역사의 반대편에 살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오른 편으로 도는 시계를 차고 있는 것인지, 출입국관리소의 시계가 오른 쪽으로 돌고 있는 것인지 굳이 판단해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2007년 11월27일 이주노동조합 까지만 위원장과 마숨 사무국장 그리고 라주 부위원장이 출입국관리소에 연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핵심 간부만을 골라서 하루 밤 사이에 연행한 것은 명백한 표적 단속이다. 나아가 개인들에 대한 표적 단속을 넘어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한 명백한 표적 단속이다. 결국 출입국관리행정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짓밟은 것이다. 표적 단속의 증거는 세 명을 단속하자마자 연대대오가 결집하기 어려운 청주보호소로 이송한 것, 그리고 이주노조의 숙소가 있는 시장인근에서 10명이 잠복해 있다 연행한 것, 노동자가 다니는 공장까지 찾아가 직접 이름을 거명하면서 연행 한 것 등에서도 잘 들어난다.
한국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한 지도 20여년이 흘렀다. 이 시간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산업 연수제 폐지와 인간이하의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폭로하기 위한 명동성당 투쟁에서부터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건설 그리고 강제추방 반대와 노동허가제 쟁취 투쟁! 각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계속 발전되어 왔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위치에 있는 지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인권이 보장되고 확대되기는커녕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자본과 권력은 이주노동자들의 세력화를 끊임없이 막아왔다. 전 이주노조 지부장이었던 샤말과 비두, 꼬빌 등 활동가들에 대한 표적 단속에서 그리고 전 위원장이었던 아노아르에 대한 표적 단속 등이 있었다. 또한 노동부는 정당한 이주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반려하기도 했다. 현재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수많은 역경과 탄압을 뚫고 서 있는 것이다. 몇몇 활동가들을 강제 추방한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이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정부당국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해 강제 추방시킬 궁리를 하는 대신 이주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완비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착취를 위한 기계부속품으로 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 사회 곳곳에서는 불의와 자본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싸우는 노동자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는 커지고 강해질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와 출입국관리 행정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노동조합 탄압을 목적으로 한 출입국관리 행정은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해도 비이성적이며 반인권, 반 노동자적인 악행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사회의 법적 제도적 미비함 때문에 생긴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를 안고 있을 뿐이다. 등록 노동자이든 미등록 노동자이든 이주노동자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다. 그런데도 이주노동자를 미등록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강력범죄자를 잡아들이듯 연행한 것은 한국사회 전체가 반성해야할 문제다. 아울러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은 중단되어야 하며, 현재 연행된 이주노동조합 3인도 즉각 석방해야 한다. 정부와 출입국관리당국은 우리의 이러한 요구가 이주노동자들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주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와 같은 국제사회에서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연대투쟁, 대안세계화 투쟁이 수년간 계속되고 있다. 유럽에서 미국에서 남미에서 아시아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은 계속 진행되어 왔고 강력한 연대투쟁을 보여주었다.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에 그 책임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반 신자유주의 대안세계화를 추구하는 전 세계적인 연대 투쟁이 이번 사태 또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비단 대안세계화 투쟁의 국제적인 연대가 아니더라도 양심적인 세계시민들이 볼 때 이번 사태는 반 인권적이며 한심스러운 사태로 보여 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탄압해서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반성이 즉각 시행되지 않는 다면 변혁적인 사회운동 전체의 투쟁 앞에서 반성해야할 때가 올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7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