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성명>


한국 대통령 선거돌입 첫날, 이주노조 임원 전원연행 !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그들만의 정치판’에서조차 희생물이 되어야 하는가!



오늘 오전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 까지만 위원장, 라쥬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 등 임원 전원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의해 단속, 강제연행되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법무부는 올해 8월1일부터 정부 부처, 특히 공안기관과 함께 ‘합동단속’이라는 이름으로 살인적인 강제단속을 진행해왔고, 항상 이주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이 그 핵심 표적이 되어왔다.

이주노조 임원들 모두 다른 장소에서 거의 같은 시간에 단속, 연행되었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표적단속’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연행 직후 곧바로 3명 모두를 수도권의 보호소가 아니라 청주보호소로 긴급호송한 점 역시, 되도록 수도권지역에 밀집된 조합원들로부터 멀리 떼어놓겠다는 주도면밀함까지 보여주었다.

이미 8월부터 넉달 동안 이주노조 지역지부장과 간부들을 단속, 연행, 강제출국 해왔고,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항의방문을 전개하면 법무부 측은 “까지만 위원장도 단속하겠다”며 노골적인 표적단속 의사를 내보이기도 했다.


법무부는 영악하게도 코리안들의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되는 오늘을 표적단속의 D-데이로 잡았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시민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조차 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아니다. 코리안들의 선거전에 이주노동자들이 설 자리는 없다는 메시지 아닌가!

게다가 대통령 선거전의 첫날, 언론보도로부터 주목받지 않을 수 있는 날이기에, 법무부는 이들을 희생물로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국민소득 2만달러’ ‘세계화’를 부르짖는 자랑스런 선진조국의 자화상이었던 것이다!

<한겨레>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대통령 선거 해를 맞아 올해 5월 3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의 19살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국민이념 성향조사’ 설문조사 결과, “우리가 다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에 찬성한 응답비율이 82.8%로 반대 견해(17.2%)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권리보장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를 노무현 정부는 깡그리 짓밟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11일 새벽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로 10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국제 사회로부터 한국의 ‘고용허가제(EPS)'가 큰 문제를 갖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박탈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지 않는가!

한국 정부가 이토록 부끄러운 참사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 정책을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법체류’라는 딱지를 붙여 규제하는 척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약점을 활용하여 돈벌이를 하려는 기업주에게 무한한 착취의 자유를 열어주기 위함이다. “불법을 단속한다”는 취지는 모조리 거짓말에 불과한 것이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오늘 벌어진 이주노조 임원 전원에 대한 표적단속에 깊이 분노하며, 연행된 임원 전원을 조속히 석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미 20만을 훌쩍 넘어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한국 정부 정책이 실패했음을 입증해주는 수치에 다름아니다. 그토록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고의로 ‘불법체류’를 선택하겠는가? 그렇지 않다. 불법체류를 강제하는 자본가들, 그리고 그 불법체류라는 딱지를 활용해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기업주들이 불법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극도로 낮은 임금을 강요함으로써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까지도 낮추려는 계산이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번 강제단속은 그간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 싸워온 이주노조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기도이다. 이주노동자들을 길들이고 부려먹는데 있어서 눈엣가시같은 이주노조를 없애버려야만 자유롭고 무한한 착취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확신한다. 오만한 정부의 범죄가 한국의 수십만 이주노동자들의 의식 속에 ‘저항’이라는 꺼트릴 수 없는 작은 불꽃 하나를 심어놓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억압받고 탄압받는 이주노동자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불꽃이라는 사실을!

지난해 5월,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의 심장부에서 수백만의 이주노동자들이 행진과 경제적 보이코트에 나선 것을 전 세계가 지켜보았다. 주요 도시들에서, 주들에서, 그리고 국경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행진은 경제를 마비시키는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신들이 부르짖는 ‘세계화’ 시대, 이제 이러한 일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얘기만이 아니라는 점이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입증될 것이다.



2007년 11월 27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