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이주 노동자들도 해고 공포

홍콩·싱가포르 가정부·공장 노동자 등 안절부절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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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해고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13일 AFP에 따르면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은 현재 홍콩, 싱가포르 등 비교적 부유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가정부, 공장 노동자,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침체로 고용주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자신들도 해고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 크리스티 아르시아가가 대표적인 경우. 그는 금융위기로 지난 몇주간 전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주식을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지만, 연일 바닥으로 곧두박질치는 증시로 예민해진 사장이 자신을 해고하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AFP 인터뷰에서 아르시아가는 “사장은 매일 아침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화를 냈고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나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고 했다”면서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밤마다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에 따르면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돈은 올 상반기만해도 96억달러(약 11조원)나 된다. 중앙은행은 연말까지 159억달러 정도가 이주 노동자들을 통해 필리핀 국내로 송금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의 두려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AFP는 “홍콩,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있는 불법 이주 노동자들”이라며 “각국 정부는 자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제일 먼저 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