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주노동자 서러운 ‘더부살이’
인권위 837명 조사…절반이 2평 남짓 쪽방 생활
하루 9시간 이상 노동에 재해율은 한국인의 5배  


  신동명 기자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두평도 안되는 방에서 3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9시간 이상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는 22일 오후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최근 고용허가제를 통해 부산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8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인권 실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4%(508명)가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240명이 6.6㎡(2평) 이하 크기의 방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무실과 가건물에서 잠을 잔다고 답한 노동자도 전체의 20%(105명)나 됐다.

방 크기와 사람수를 조사해 교차분석했더니 3.3㎡ 거주자의 45%, 6.6㎡ 거주자의 61%가 3명 이상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교정시설 수용자 1명당 거주면적(2.7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들 이주노동자의 70% 가량은 월급에서 70만원 이상을 본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보건복지가족부의 1인 가구 최저생계비(46만3047원)에도 못 미치는 30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8%(148명)는 기본급에 초과근무수당을 포함한 월 평균 급여가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82%(684명)는 하루 9시간 이상 일하고 있으며,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자도 12%(100명)나 됐다. 근로시간이 곧 초과근무수당 등의 급여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처럼 장시간노동을 감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들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3.7%로, 지난해 노동부의 한국인 노동자 재해율 0.72%의 5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 이들 이주노동자의 52%(432명) 가량은 여권을 회사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회사가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에 관한 근로계약을 어긴 적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53%(446명)나 됐다.

현재 부산에는 6332명의 등록 이주노동자가 체류 중이며, 이 가운데 62%가 30인 미만의 영세 소규모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광영 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등록 이주노동자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주노동자들의 작업 현장과 거주지, 인권 실태에 대한 관계기관의 정밀조사와 지도 점검, 이주노동자의 자생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