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이주노동자들, 해고·빚·학대 ‘만신창이’ 귀향
기사입력 2009-02-04 00:36

【싱가포르=로이터/뉴시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이어지면서 보다 나은 일자리를 위해 해외로 진출한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해고·빚·학대 등에 시달린 뒤 귀향하는 등 첫번째 희생양이 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등 가난한 아시아 국가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이들은 최근 싱가포르, 대만, 중동 지역의 건설, 조선, 제조 분야의 해고가 잇따르면서 일자리도 잃고 해외로 오느라 고향에서 진 빚까지 떠안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이 중 일부는 악덕 업주들로부터 학대까지 당해, 인권 침해 상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에서 선박 용접공으로 일했던 방글라데시인 모하마드 알리는 최근 조선업의 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뒤, 임금 체불 사실을 당국에 알릴 것을 두려워 한 업주로부터 3개월간 감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동물과 같이 묶여 비참한 생활을 영위했던 알리는 한 지역 단체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출될 수 있었지만 직업 알선 업체에 진 빚 6000달러를 갚지 못한 채 무료 배식소를 전전하며 간신히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최근 경제 위기로 알리와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 이주노동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이주 노동자들의 해고 사태는 이들의 송금액에 의지하고 있는 본국들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주요 수입원인 해외 송금액이 올해 1% 가까이 하락하고 향후 2년 동안 부진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전 세계 해외노동자들이 본국에 송금한 금액은 약 2830억 달러에 달하며, 경제위기에 따른 송금액의 감소는 본국 가족들의 빈곤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세계은행은 우려했다.

아울러 해고된 노동자들이 빚과 함께 대거 귀국하게 되면 해당 국가의 실업률과 빈곤 수준은 급상승, 경제 성장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태다.

한편 귀국하지 않고 이주해 온 국가에 남기로 결정한 노동자들은 불법 체류자로 전락, 더 위험하고 보수는 낮은 일자리를 떠안게 된다.

국제 노동기구(ILO)의 이주노동 분야 전문가 패트릭 타란은 “이주노동자들은 대개 가장 나중에 고용되고 가장 먼저 해고당한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의 니샤 발리라 소장대리 역시 “이번 경제 위기로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은 이들이 얼마나 취약한 경제 계층인지를 입증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진하기자 nssnate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