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가 불법체류 양성?
2개월 내 구직·직장 이전 3회 제한

  
  
  
▲ 회사 부도와 해고, 구직 등의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구미 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를 찾은 외국인근로자들. 이창희 기자

지난해 9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아쥑구마르(29·스리랑카)씨는 구미공단 내 대기업 협력업체인 A사에 취업했지만 1개월도 채 안 돼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실직, 그해 10월 B사에 재취업했다. 그러나 12월 경기불황으로 이 회사에서도 자신을 비롯한 외국인근로자 20명이 한꺼번에 해고되면서 또다시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현재 전국의 고용지원센터를 찾아다니며 일자리(사업장 변경)를 찾고 있지만 구직 희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만약 다음달 28일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다.

지난해 12월 250여만원의 비용을 들여 입국한 수산다(32·스리랑카)씨는 구미공단 내 C사에 취업했지만 최근 회사가 부도나 친구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러나 구직기간 만료일이 다음달 8일인데 구직 가능성이 거의 없어 돈 한푼 벌지 못하고 스리랑카로 돌아가거나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처지이다.

S(28·여·필리핀)씨는 대기업 협력업체인 D사에서 일했지만 11월 직장을 잃고 현재 불법체류자 상태로 친구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구조조정 1순위가 된 외국인근로자들이 구직기간 및 업체 이전 제한 등의 고용허가제 때문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행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25조는 '다른 사업장으로 변경을 신청한 날로부터 2개월 이내 변경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출국하여야 한다'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외국인근로자들이 합법적으로 입국했지만 구직기간 2개월 안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타의든 자의든 직장 변경 3회를 초과하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는 것이다.

구미 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의 모경순 사무처장은 "외국인근로자들은 3D 업종에서 일하는 국내 노동력의 대체 노동력이라기보다는 보완적 관계로, 불법체류자 양산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초래한다"며 "합법적 취업기간인 3년 동안은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사업장 이전 제한 및 구직기간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