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에 부쳐


지난 2월 11일 새벽, 여수 외국인 보호소에서 대대적인 화재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화재 참사로 9명의 사망자가 났으며, 18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3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정부는 이 사건이 방화냐 아니냐에만 초점을 맞추며 자신의 잘못으로 빚어진 화재 참사를 은폐하고 있지만 여수 보호소 참사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인재였으며 정부 정책이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한 폭력이다.

쉽게 불에 타고 유독가스가 나는 우레탄 매트리스를 쓰는 것이나 스프링쿨러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은 정부 산하의 외국인 보호소가 화재나 기타 있을 사고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게다가 사건 발생 직후 10분 가까이 아무도 화재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점, 다수 인원이 수용되어 있는 외국인 보호소에 용역 직원 1명만 배치되어 있던 점, 게다가 감금 시설로 수용된 이주노동자들을 즉각적으로 풀어주지 않은 점은 무책임함을 넘어서서 이주노동자들을 감옥에 가두고 의도적으로 불 태워 죽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누구나 일하기 꺼려하는 산업 현장에서 피땀 흘려 일하고 있다. 보호소 안에 있던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은 장기 체류 노동자였으며 모두가 일한 만큼의 대우도 받지 못했고, 이번 참사로 억울하게 죽었다. 질식사한 사망자 중에는 양식장에서 일하다가 1000만원 가까이 받지 못해 밀린 임금을 기다리던 노동자, 100만원가량 되는 체불 임금을 받지 못해 1년 이상 보호소에 갇혀 있던 노동자, 업종 변경을 신청하러 갔다가 되려 잡혀서 보호소에 갇힌 노동자들이 있었다. 언제까지 이러한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어야 하는가? 이주노동자들을 불법화하고 단속하는 것을 불법체류로부터 이 사회를 방어하는 것이라 말하고, 벌레 잡듯 잡아서 감옥에 가두는 것을 이주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 말하는 이 사회와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정부는 유가족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죄와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라이터 2개를 가지고 이주노동자가 방화한 사건으로 몰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단속 추방에 떨게 만들고 죽게 만들면서, 또 다른 이주노동자를 죄인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참사에서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이주노동자 2명을 다시 청주보호소로 감금시키는 상식 이하의 행동들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이 사안과 관련한 항의 면담을 국무총리에게 요청했으나 뻔뻔한 태도로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현지에서의 유족들 역시 법무부 장관의 조문에 ‘당신은 자격이 없다’며 막아섰다. 유족들은 이미 정부의 살인 행위에 어떤 것으로도 보상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컷 일시켜 먹다가 돈 안 주고 불태워 죽이는 한국 정부는 조문할 자격도, 미안하다 말할 자격도 없다.

  
정부는 자신에게 본질적인 책임이 있음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불법으로 머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하기를’ 원하는 40만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전면 합법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