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부수고 퇴로 막고 ‘토끼몰이
사상 초유 법무부·경찰 이주노동자 단속


  최원형 기자 김지은 기자  

  

  

마석가구공단·청산농장 대상 110명 붙잡아
“미등록자 3만명 줄이겠다” 법무부 ‘본보기’

정부가 올해 안에 미등록 이주노동자 2만명을 줄이겠다며 12일 경찰 병력까지 동원해 경기 남양주시 마석가구공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이에 “인권을 침해하는 강제 단속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싹쓸이하려 한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법무부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법무부는 이날 출입국사무소 직원과 경찰 280여명을 동원해 마석가구공단과 경기 연천군 청산공장 등 경기도 일원에서 이주노동자 130여명을 붙잡는 등 전국적인 단속을 펼쳤다. 이주노동자 단속에 법무부·경찰 합동 작전까지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마석가구공단에서 오전 10시께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된 단속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전했다. 경찰 버스가 공단 진입로를 막고 경찰이 공단 안 골목마다 지키는 가운데, 검은 제복 차림의 단속반원들이 10여명씩 모둠을 지어 공장과 집을 샅샅이 수색했다. 공장 기숙사에 있던 방글라데시인 오닉(32·가명)은 “여기저기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 사람을 끌어내는 소리가 들렸다”며 “잠긴 문에 소파를 덧대어 간신히 피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샬롬의 집’ 조은우 활동가는 “퇴로를 막고 눈에 띄는 외국인은 무조건 잡아갔으며, 단속반원이 신분을 밝히거나 이주노동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카메룬인 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담을 넘다 발목이 부러지는 등 단속 과정에서 5명이 다쳤다고 이주노동자 단체는 전했다.

법무부는 “불법 체류 외국인 밀집지역이 슬럼화되고 외국인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치안 부재 현상이 심화돼 대규모 집중 단속을 벌였다”며 “경찰 병력은 단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배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노동부는 지난 9월 대통령 주재 국가경쟁력강화회의에서 “5년 안에 불법 체류 외국인을 국내 체류 외국인의 10% 이내(현재 19.3%)로 줄이고, 현재 22만명인 불법 체류 외국인을 올해 안에 20만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사업장이나 거주지에 들이닥쳐 불심 검문을 하는 ‘토끼몰이식’ 단속은 이를 피하려는 이주노동자의 부상과 죽음 등으로 이어지며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5년 “이주노동자 단속·보호·구금 때, 형사사법 절차에 준하는 절차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이날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압적인 대규모 단속으로 싹쓸이하는 방법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살인적인 강제 단속 추방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