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피하다 추락' 이주노동자, 업무상재해 첫 인정
대법원, 중국인 장솔씨 사건 관련 근로복지공단이 낸 상고 기각  

    윤성효 (cjnews)  





  
  
▲ 장슈아이씨는 현재 창원 나병천정형외과에 입원해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 밝게 웃는 장슈아이씨의 모습이며, 옆에서 어머니가 아들의 손을 마사지하고 있다.  
ⓒ 윤성효  장슈아이




대법원이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 과정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18일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소장 이철승)는 중국 출신 장솔(장슈아이, ZHANG SHUAI, 현재 25살)씨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판결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출신, 2005년 3월 단속 피하다 추락



장솔씨는 유학생으로 입국했다가 취업을 위해 학교를 이탈하고 창원공단 내 한 전자업체에서 일했다. 그는 2005년 3월 5일 출입국 단속반이 왔다는 신호를 보고 2층 작업장에서 에어컨 줄을 타고 탈출을 시도하다 줄이 끊어지면서 추락했다.



그는 9m 높이에서 추락해 뇌좌상, 뇌출혈, 두개골 골절의 중상을 입고 한 때 전신마비 상태를 보였다. 창원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지만, 한 달 가까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7년 12월 창원 나병천정형외과의원의 도움으로 입원한 그는 조금씩 의식을 회복하여 부모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는 정도의 반응은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말을 하거나 거동하지 못하다가 1년 이상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훈련을 통해 다소 호전된 상태다.



피해자 가족들은 2006년 5월 3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으나 승인받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같은 해 6월 14일 산재 불승인 통보를 했으며, 재심(산재)심사청구를 하였지만 기각 당했다.



장솔씨 측은 2006년 11월 창원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민사소송(요양불승인처분취소)을 제기했다. 부모들은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와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 앞에서 무기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장솔씨의 병원비가 수천만원에 이르자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를 중심으로 성금 모금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법원, 근로복지공단이 낸 상고 기각



장솔씨 측은 2008년 1월 1심에서 패소했다가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김지형․고현철․전수안, 주심 차한성)는 지난 14일 근로복지공단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장솔씨는 산재요양 신청에 대해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고 승소함으로써, 최초로 강제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제의 길이 열린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재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 사고가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일 것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사고 일 것(업무기인성) ▲마지막으로 업무와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상당인과관계) 있을 것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업무 중에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단속을 피해 도피하다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과연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사고(업무기인성)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업무수행과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상당인과관계)가 쟁점이었다.



이번에 대법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속칭 불법체류자)가 업무 중에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발생한 사고라 하더라도 업무로 인한 사고일 뿐만 아니라 업무와 사고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이다.



이정한 변호사 "업무상 재해 요건을 완화한 획기적인 판결"



소송대리인 가야법률사무소 이정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업무상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업무기인성과 상당인과관계를 넓게 인정한 사례로서 업무상재해요건을 완화한 획기적인 판결이며, 환영할 만 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등록이주노동자는 업무 중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단속이 있을 경우 도피를 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고, 도피과정에서 사고(상해․사망)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므로 업무로 인한 사고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이는 향후 계속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필연적으로 부수되는 것으로서 업무와 관련있는 사고이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변론을 하였다"고 밝혔다.



이철승 소장은 "미등록노동자(불법체류자) 단속에 있어서 지금까지 법무부는 관행적으로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사전 안전조치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인간사냥하듯 단속해 왔다"며 "이번 승소판결이 이와같은 관행에 대해 간접적인 시정 명령과 같은 판결이 된 것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이 소장은 "이후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여 법무부의 관행적인 불법단속을 바로 잡기 위한 소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향후 일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판결은 최근 한국사회에서 업무상재해(산재)판단을 폭넓게 인정하려는 법원의 판단을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된 것으로, 국제적 기준에도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장솔씨 사건이 상고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음으로 인해, 그동안 출입국의 강제단속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피해 사례에 대한 산재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단속 피하다 추락' 이주노동자, 업무상재해 첫 인정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