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하’ 둘러싸고 커지는 논란 [중앙일보]
경제계 “임금 부담돼 고령자 채용 못 늘려”
노동계 “기준 낮춘다고 일자리 늘지 않아”
전문가 “경제 감안해 한시적 인하 고려를”  
  
 최저임금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감액 대상 확대 등을 담은 한나라당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가 재검토를 권고하면서다. 기업 쪽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3개 중소기업단체들은 5일 “최저임금이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당초 목적을 넘어 고용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어떤 문제가 있나=“단순한 일이라도 좋으니까 일을 좀 달라는 노인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보조일이라도 주고 싶지만 최저임금을 다 쳐주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꺼리게 됩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홍순직 사장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자는 게 최대 쟁점이다. 법 개정을 추진하는 쪽에선 최저임금제가 오히려 고령자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주장을 펼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임금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인력을 고용할 수 없어 고령자를 기피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기업이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을 꺼리는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강대 남성일 경제대학원장은 “실물경제의 타격이 본격화하는 시점인 만큼 한시적으로라도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부도 지난해 말 업무추진계획을 통해 “(최저임금 조정이) 정년이 지난 고령자의 취업기회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장 실정과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점을 고치자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전국의 물가와 생활비가 다른 만큼 최저임금도 지역별로 다르게 하는 게 오히려 형평에 맞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합회 정인호 인력정책팀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회사가 제공하는 숙식비를 빼지 않는다면 월급만 받아가는 국내 노동자가 역차별받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취약층에 고통 전가”=하지만 노동계는 법 개정이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강충호 대변인은 “최저임금을 낮춘다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실증적 연구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더 낮은 임금을 받는 노인들에게 내주는 ‘교체효과’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수습기간을 6개월로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6개월짜리 단기 계약직 근로자만 늘려놓을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표시했다. 수습기간에는 해고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인권위 김태영 조사관은 “일자리를 늘리는 문제는 가장 취약한 계층의 임금을 깎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식의 지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